[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원조 ‘칼군무돌’ 인피니트(INFINITE)가 녹슬지 않은 퍼포먼스와 노래로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소환해냈다.

일곱 번째 미니 앨범 ‘비긴(13egin)’을 발매하고 5년 만에 완전체로 컴백한 인피니트가 19~20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KSPO DOME)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고 양일간 2만명의 인스피릿(팬덤명)과 만났다.

이번 공연은 여러모로 의미가 남다르다. 2016년 개최한 ‘그 해 여름3’ 이후 무려 7년 만의 공연이자 각자의 자리에서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오던 멤버들이 오랜만에 완전체로 뭉쳤다는 점에서 그렇다. 컴백을 기다리던 팬들도, 이들의 노래를 즐겨듣던 리스너들에게도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이번 공연은 인피니트가 오랜만에 여는 공연인 만큼 티켓은 오픈과 동시에 단숨에 매진되며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무더위 속에서도 오랜만에 멤버들을 볼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현장을 찾은 인스피릿에겐 멤버들 만큼이나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듯했다. 38세의 직장인 이 모씨는 “벌써 인피니트 팬이 된지 10년이 넘었는데 이번 공연은 너무나 값지다”며 “다시 뭉치기 위해 노력했을 시간들을 생각하니 멤버들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날 거 같다”며 감격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26세의 취업준비생 진 모씨는 “인피니트는 제 학창시절의 전부였다”며 “다시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는 생각에 어제 잠도 못잤다”며 설레는 마음을 내비쳤다.

팬들의 긴 기다림과 성원에 보답하듯 인피니트는 13년차 그룹다운 내공을 무대에서 여실히 펼쳐냈다. 오랜만의 공연에 가사나 동선이 틀리는 사소한 실수도 있었지만, 멤버들의 표정엔 즐거움이 가득했다. 서로 마주 보며 노래할 때면 뜻밖의 ‘웃참 챌린지’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인스피릿 역시 흐뭇한 표정으로 멤버들과 함께 무대를 즐겼다. 공연은 25곡으로 3시간가량의 러닝타임을 꽉 채웠다.

데뷔곡인 ‘다시 돌아와’로 화려한 포문을 연 인피니트는 ‘BTD’, ‘추격자’까지 연이은 히트곡으로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BTD’ 무대에선 인피니트에게 ‘칼군무돌’ 수식어를 가져다준 트레이드마크 춤인 ‘전갈춤’을 오랜만에 선보여 팬들의 뜨거운 환호성을 자아냈다.

오프닝 무대를 마친 인피니트는 “이게 얼마 만이야!”라고 외쳤다. 장동우는 여러 감정이 복받치는 듯 오프닝 소감부터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팬들은 ‘2030일을 기다렸어’, ‘보고싶었어’ 등의 슬로건을 들고 화답했다. 리더 김성규는 “데뷔곡인 ‘다시 돌아와’를 오프닝 곡으로 선정한 이유는 우리가 너무 오랜만에 돌아왔기 때문에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싶었다”며 “기타 리프가 나오는 순간 굉장히 감격스러우면서 전투력이 샘솟았다”고 말했다.

이후 인피니트는 ‘백’, ‘파라다이스’, ‘다이아몬드’, ‘태풍’, ‘텔미’, ‘맡겨’, ‘커버 걸’, ‘내꺼하자’, ‘맨 인 러브’, ‘나띵스 오버’, ‘클락’ 등 추억의 히트곡들부터 록 버전으로 편곡한 ‘배드’, ‘라스트 로미오’, ‘아이 헤이트’ 등 다채로운 플레이리스트로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공연 말미 인피니트 멤버들은 ‘오래 기다린 걸 알아 그만큼의 행복을 선물할게’라는 글귀가 새겨진 슬로건을 들며 팬들을 위한 깜짝 이벤트를 공개했다. 또한 멤버들은 “디너쇼 할 때까지 함께 해야한다. 트로트 ‘내꺼하자’가 나올 때까지 우린 함께 하겠다”며 인피니트의 새로운 2막을 예고했다.

인피니트의 이번 완전체 공연이 더욱 고무적인 이유는 또 있다. 최근 가요계는 잇따른 아티스트와 소속사의 전속계약 분쟁과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런 가운데 원 소속사인 울림엔터테인먼트를 떠나 각기 다른 소속사에 몸담은 멤버들이 의기투합했다는 점만으로도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2010년 데뷔한 인피니트는 2011년 발표한 ‘내꺼하자’가 히트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BTD’, ‘추격자’, ‘남자가 사랑할 때’ 등 다양한 히트곡을 발표하며 파워풀한 ‘칼군무’로 인기를 얻었다. 지난 2017년 멤버 호야가 탈퇴하며 6인조로 재편된 인피니트는 연기를 겸하는 엘을 시작으로 멤버들이 울림엔터테인먼트를 하나둘씩 떠나고 솔로 가수, 배우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동안 완전체 활동을 하지 못했다.

샤이니, 유키스, 틴탑 등과 함께 2.5세대를 대표하는 보이그룹으로 자리잡았던 인피니트는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다시 완전체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각도 존재했다. 하지만 올해 데뷔 13주년을 맞아 김성규, 장동우, 남우현, 이성열, 엘, 이성종 등 멤버 전원이 인피니트 활동을 위해 뜻을 모았고 리더 김성규를 대표자로 한 새 기획사 ‘인피니트 컴퍼니’를 설립했다. 가장 큰 산이었던 상표권 문제는 전 소속사인 울림엔터테인먼트 이중엽 대표가 김성규에게 무상 양도한 사실이 스포츠서울 단독보도를 통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로써 멤버들은 그룹명처럼 ‘한계없는’ 활동 2막에 접어들게 됐다. 인피니트는 오는 8월 27일 일본 요코하마, 9월 2일 대만 타이베이, 9월 9일 마카오에서 투어를 이어간다. 공연 말미 김성규는 “활동을 잠시 쉴때 인피니트가 다시 컴백할 수 없을 거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런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왜냐하면 저희는 5년의 공백기 동안 해체라는 말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여러분들과 저희가 증명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K팝의 글로벌 경쟁력이 커진 상황에서, 2세대와 2.5세대 그룹들이 최근 연이어 복귀하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며 “피프티 피프티와 같은 신인 그룹까지도 전속계약 분쟁을 겪는 상황에서 13년차 대선배인 인피니트의 의기투합은 가요계의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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