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K리그1에서 독주를 이어가는 울산 현대가 최근 주춤하던 흐름을 깬 데 ‘소금 같은’ 구실을 한 건 스웨덴 외인 루빅손이다.

그는 지난 19일 홈구장인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27라운드 전북 현대와 ‘현대가 더비’에서 왼쪽 윙백으로 ‘깜짝 출격’해 최근 기세가 좋던 상대 오른쪽 라인의 윙어 한교원, 풀백 정우재의 전진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직전까지 2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전북의 오름세를 이끈 한교원은 이날 슛 1개에 그쳤다. 그를 뒷받침하는 정우재도 전진 뿐 아니라 패스 성공률 79.5%로 이전보다 제 플레이에 어려워했다. 울산은 이날 전북을 1-0으로 제압하고 5경기 무승(1승1무3패) 부진에서 탈출, 승점 60 고지에 올랐다.

후반 결승골을 합작한 이청용(도움)과 엄원상(득점)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특급 조연은 ‘마당쇠’처럼 헌신하며 뛴 루빅손이었다. 울산은 최근 지향하는 빌드업 색채에 맞춰 상대가 철저히 걸어 잠그며 역습으로 받아치는 것에 고전했다. 나란히 11골을 터뜨린 주민규, 바코 등 주력 공격수의 패턴 플레이도 상대가 강한 압박으로 몰아세웠다. 부진 탈출을 두고 지지부진하던 외인들이 깨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루빅손이 그 역할을 해준 것이다.

그는 시즌 초반 번뜩이는 ‘원샷원킬’ 결정력을 뽐낸 적이 있다. 5월까지 6골을 기록했다. 그러다가 주춤했는데 홍 감독은 루빅손의 또다른 장점인 왕성한 활동량과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현재 어려운 팀 사정에 녹였다. 홍 감독은 팀 상황이 원하는대로 풀리지 않을 땐 지향하는 것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이날 예상을 깨고 스리백 카드를 내세웠고 루빅손을 윙백으로 두면서 전북이 잘하는 측면을 제어했다.

루빅손은 오프 더 볼 움직임이 좋고 골을 잘 넣을 때도 외인답지 않게 수비를 매우 열심히 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7월8일 포항 스틸러스전(울산 1-0 승)에서 홍 감독은 그를 오른쪽에 두고 수비에 힘을 두게 한 적이 있는데, 그때 확신을 품었다. 전북전에서는 왼쪽 윙백으로 두고 공수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요구했다.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수비에서 클리어 7회, 획득 11회, 블록 4회로 모두 팀 내 최다였다. 또 공격 지역으로 패스가 11회였는데 100% 성공했다.

홍 감독은 “루빅손은 전술적인 이해도, 팀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가 매우 좋은 선수”라며 “라이벌전(전북)이었고 팀 흐름이 좋지 않을 때 그와 같은 선수가 팀에 시너지를 될 것이라고 여겼는데 기대 이상으로 해줬다”고 말했다.

초반 득점력으로 주목받다가 슬럼프 조짐이 있던 루빅손에게도 반전의 디딤돌이다. 특히 만능 풀백 설영우가 9월 아시안게임 기간 와일드카드로 차출되는 가운데 루빅손의 이런 활약은 홍 감독이 수비진의 플랜B를 그리는 데도 커다란 도움이 될 전망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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