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한국 영화계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로 꼽히는 김지운 감독의 초창기 작품 특징은 빼어난 앙상블이다. ‘조용한 가족’(1998), ‘반칙왕’(2000)에서 보여준 재기발랄한 대사와 독특한 유머, 타이밍 좋게 치고 빠지는 배우들의 티키타카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달콤한 인생’을 비롯한 후속 작품에서 선보인 뛰어난 미장센으로 ‘스타일리스트’라는 수식어를 얻었지만, 그의 근본은 앙상블에 있다.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작 ‘거미집’은 김 감독의 초기작을 연상케 하는 앙상블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29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거미집’ 제작보고회에서 김지운 감독은 “‘거미집’을 만들 때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준비했다. 식상한 소재에 어디서 본 것 같은 얘기가 아닌, 더 색다르고 과감한 재미가 있는 특별한 파티 같은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 영화는 1970년대 예술혼에 들끓은 한 영화감독이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것이라는 영감을 받고, 집에 보낸 배우와 스태프를 다시 돌아오게 한 뒤 정부의 검열과 제작사의 요구를 피해 자기가 원하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밀어붙이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소동극이다.

김지운 감독은 “70년대가 배경이다. 김열 감독이 찍는 영화는 치정멜로였는데, 영감을 받은 뒤 내용을 바꾸기로 한 뒤엔 스릴러에서 재난극으로 끝내 호러 괴기물로 변한다”며 “흑백 필름 질감이 주는 으스스한 맛을 주고 싶었다”며 “70년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로 가득 채워진 ‘거미집’의 관전 포인트는 앙상블이다. 대사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과정에서 대사를 가지고 놀 줄 아는 배우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작품이라는 게 김 감독의 주장이다. 이 앙상블을 위해 배우들 중 이른바 ‘딕션 장인’으로만 모시려고 애를 썼다고 한다.

김 감독은 “대사를 잘 가지고 놀려면 딕션이 좋아야 했다.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잘 들려야 한다. 스몰액팅이든 빅액팅이든 독특하고 새롭고 재밌는 앙상블을 하고 싶었다. 욕망을 다루는 강렬한 드라마를 하고 싶은 내 욕구를 표현해주는 건 배우들이다. ‘거미집’을 통해 배우의 위력을 충분히 느낄 것”이라며 “천편일률적인 영화에 지친 분들에게 특별하고 새로운 재미를 부여하는 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마무리했다.

한편, ‘거미집’은 홍보활동을 거친 뒤 다음 달 개봉한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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