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단기전에서 파워 피처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투수가 시속 150㎞가 훌쩍 넘는 강속구로 상대 타선을 압도하면 자연스럽게 경기 분위기도 가져온다. KBO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선발 투수 한화 문동주(20)가 일찍이 정규시즌을 마치고 성인 국가 대표팀 데뷔를 준비한다.

문동주는 지난 3일 잠실 LG전 선발 등판으로 2023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날 105개의 공을 던지며 4.1이닝 3실점 했고 교체 사인이 나오자 씩씩하게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아쉬움이 남는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었지만 그래도 얻은 게 참 많은 올시즌이었다.

가장 큰 소득은 역시 ‘건강’이다. 프로 1년차였던 지난해 두 차례 부상으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단 한 번의 부상 이슈도 없었다.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았고 구단이 정해둔 120이닝 이하를 기록했다. 2023시즌 문동주는 23경기 118.2이닝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다.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스탯티즈 기준) 2.48로 신인왕 후보군 중 1위에 자리하고 있다.

또 얻은 것은 투수로서 경험이다. 마냥 강하게 던지는 게 아닌 소위 말하는 힘을 빼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 80, 90%의 힘으로 던져도 150㎞ 이상이 나오는 자신의 뛰어난 투구 메커닉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힘을 빼면서 스트라이크 비중이 높아졌고 볼넷은 줄었다. 지난해 대비 9이닝당 볼넷이 4.40개에서 3.19개가 됐으며 피출루율은 0.341에서 0.317로 줄었다.

두 번째 구종인 커브가 손에 익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 하이 패스트볼을 구사하기 시작한 점도 고무적이다. 하이 패스트볼과 커브의 조합이 완전히 자리매김한다면 문동주는 어느 타자도 이겨낼 수 있는 자신만의 필승공식을 얻는다.

일찍이 재능은 인정받았다. 그러나 재능이 꽃피우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 투수를 전문적으로 했기 때문에 프로 입단 후 선발 투수로 자리 잡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마치 스펀지 같은 흡수력을 보이며 쑥쑥 성장한다. 그래서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낸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건강을 유지했기에 꾸준히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고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이달 말에는 태극마크를 단다. 문동주는 오는 22일로 예정된 항저우 아시안 게임 야구 대표팀 소집일부터 태극마크가 부착된 유니폼을 입는다. 다른 대표팀 선수들과 달리 문동주는 아시안 게임 첫 등판 전까지 3주 이상 컨디셔닝에 집중할 수 있다.

이는 대표팀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표팀 선발 투수 후보인 곽빈, 원태인, 박세웅, 이의리가 대표팀 소집 직전까지 로테이션을 도는 것과 달리 문동주는 앞으로 실전 없이 충분히 몸을 회복한다.

한화 최원호 감독은 이 부분을 두고 “정규시즌 우승을 하고 한국시리즈를 대비하는 기간이랑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1위팀이 3주 정도 쉬고 한국시리즈에 들어가는데 그때 보면 투수들 구위가 정말 좋지 않나. 동주가 대표팀 투수 중 컨디션은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최 감독은 현역 시절 현대에서 뛰면서 이를 목격하고 경험했다. 현대 이후 왕조를 이룬 SK, 삼성, 두산 등도 정규시즌을 1위로 마친 후 한국시리즈에서 선발 투수들이 당해 최고의 공을 던지곤 했다. 시즌 초반 160㎞를 찍었던 문동주가 아시안 게임에서도 불같은 공을 던질 수 있다.

구속 혁명 시대에서 문동주가 한국 야구의 희망으로 자리하고 있다. 항저우 아시안 게임은 그 희망이 현실이 되는 무대일지도 모른다. 난적으로 꼽히는 대만 또한 2019 기장 청소년 선수권대회 우승 멤버를 주축으로 젊은 대표팀을 꾸렸다. 한국과 대만의 젊은피 맞대결에서 문동주가 선봉장 구실을 할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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