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주=정다워기자] 광주FC가 패배한 게 이상한 경기였다.

광주는 24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31라운드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광주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 결과다. 앞서 광주는 3연승 및 10경기 연속 무패(5승5무)를 달렸다. 승점 48을 기록하며 3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구단 통산 1부리그 최다 연승을 기록하고, 3위 굳히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경기 내용도 좋았다. 광주는 90분간 슛 횟수에서 15대5로 전북보다 세 배 앞섰다. 유효 슛도 7대3으로 두 배 이상 많았다. 볼 점유율에서도 차이가 컸다. 69대31로 광주가 훨씬 오랜 시간 공을 소유했다. 사실상 광주가 경기 내내 두드리면 전북이 수비만 하는 양상이 이어졌다. 전북은 스리백, 사실상 파이브백으로 수비를 구축하고 가드를 올린 채 실점을 막는 데 주력했다.

압도적인 경기를 했지만 광주에게 운이 따르지 않았다. 결정적인 슛은 골대를 때리거나 살짝 빗나가는 등 한 끗 차이로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설상가상 후반 22분 세트 피스 상황에서 자책골에 가까운 안현범의 행운의 골이 터지면서 광주는 선제골을 허용했다. 이후에도 광주는 줄기차게 득점 기회를 모색했지만, 결국 골문을 열지 못한 채 패배했다.

경기 전 이정효 광주 감독은 “눈높이가 올라갔다. 우리는 3위 팀이다. 실력으로 이기자고 했다”라며 “서울, 울산전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운이 따랐다. 골 넣고 내려서는 경기는 하지 말자고 했다. 오늘은 실력으로 이기자고 했다”라며 경기 결과는 물론이고 내용까지 얻겠다는 욕심을 이야기했다. 이 감독 기대와 달리 광주는 결과가 아닌 내용만 손에 넣었다.

한편으로는 전북이 광주를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알 수 있는 경기였다. 전북은 리그에서 가장 화려한 스쿼드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부상자가 많고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5명을 보냈다고 하지만, 경기력이 이렇게 안 좋긴 쉽지 않다. 이날 승리에도 사실상 큰 운이 따랐다고 봐야 한다.

오죽하면 이 감독은 “페트레스쿠 감독님 연봉이 궁금하다”라며 취재진에게 질문을 던졌다. 전북의 경기력이 그만큼 나빴다는 뜻이다. 페트레스쿠 감독은 “귀중한 승리다. 광주가 점유했지만 우리 수비도 잘했다. 팀으로 뭉쳤다. 무승에서 빠져나와 좋다”라며 “결승전 같은 경기에서는 과정, 내용도 중요하지만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 전북 입장에서는 모두 다 결승전이다. 최근 경기력이 좋았던 광주를 상대로 승리한 점이 중요하다”라고 만족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완패한 게 사실이다.

광주의 위상이 그만큼 달라졌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이 감독은 “전북이 내려설 것이라 예상은 했다. 이제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우리가 3위다. 우리를 인정한다는 뜻 아니겠나. 아쉬운 경기지만 그만큼 광주의 가치가 올라간 것 같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라며 상대가 수비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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