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박준범기자] “죽기 살기로 바통을 이어주면 메달과 한국 신기록 (경신을) 해낼 수 있다고 이야기해줬다.”

한국 남자 육상 단거리의 ‘간판’ 김국영(광주광역시청)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다. 그는 2010 광저우 대회부터 지금까지 아시안게임에 나섰으나, 계속해서 슬픔의 눈물만 흘렸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비로소 기쁨의 눈물을 흘리게 됐다.

김국영은 후배들을 이끌고 나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육상 400m 계주에서 38초74로 한국 신기록 타이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이 계주 400m에서 메달을 딴 건, 1986 서울 대회(동메달) 이후 무려 37년 만이다.

김국영은 처음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후배들을 이끌며, 노하우를 전수했다.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내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김국영은 동메달을 따낸 뒤 취재진과 만나 “힘들게 준비했다. 학연과 지연을 떠나서 최고의 선수 4명이 뛰어야 한다. 지금 계주 400m는 최고로 잘 뛰는 4명이 이어 달리고 있다. 이제 시작”이라고 후배들을 독려했다.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라, 어떻게 보면 스타디움에서 태극기 휘날리게 처음이라”라고 눈시울을 붉힌 김국영은 대회를 앞두고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고 한다. 김국영은 “나는 잘 뛰는 선수가 아니라 운이 좋은 선수”라고 겸손함을 보인 뒤 “이룰 수 있는데 이루지 못한 순간들의 노하우와 경험을 전수하고자 했다. 선수는 자신감이 있지만 경기장에 들어가면 주눅이 든다. 계주는 단체 종목이다. 나 자신을 또 동료를 의심해서는 안 된다. ‘동료들이 해주겠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나부터 먼저 ‘죽기 살기’로 바통을 이어주고, 골인하면 신기록 작성도 메달도 딸 수 있다는 이야기했다”라고 강조했다.

아쉽게도 한국 신기록 경신은 이뤄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김국영은 자신했다. 그는 “메달을 다시 따기까지 3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오래됐지만 할 수 있다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기록이라는 건 또 깨면 된다. 내년이라도 깰 기회가 있다. 타이기록에 만족하지 않고 내년에 한국 신기록 세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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