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부산=함상범 기자]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애플TV ‘파친코’, 영화 ‘미나리’ 등 이민자를 소재로 한 작품이 전 세계적인 공감을 얻고 있다. 두 나라에 속한 듯 보이지만, 또한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의 삶은 그 자체가 드라마다. 이들의 이야기는 보통의 1 국적 사람들에겐 흥미를 유발한다.

삶이 드라마라는 건 그만큼 난관을 거쳐내고, 외로운 순간을 이겨내 왔다는 의미를 담는다. 그런 가운데 선대에서 가지 않은 영화라는 험난한 길을 헤쳐온 네 명의 재미교포 영화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저스틴 전 감독과 정이삭 감독, 배우 스티븐 연과 존 조다.

이들 네 사람은 6일 오후 2시 부산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열린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났다.

“부산에서 큰 환대를 받아서 기쁘다”며 영광을 표한 네 사람은 “요즘 이민자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끌고 아울러 큰 공감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이 모두 하나하나 연결돼 있다고 믿는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마치 고향 같은 부산, 감동이었어”

미국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다는 네 영화인이 부산에서 만났다. 각기 다른 시간에 부산에 도착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한 네 사람은 2023년 부산에서 느낀 인상을 가감 없이 전했다.

먼저 저스틴 전은 “2008년에 오고 15년 만이다. GV를 하면서 보니까 굉장히 날카로운 질문도 있고, 2008년 때보다 더 좋은 질문이 많았다. 소통하는 것에 마음을 많이 열어줬다”고 말했다.

정이삭 감독은 “저는 미나리를 3년 만에 처음으로 봤다. 한국에 돌아와서 조상의 땅에서 이 영화를 보는 것은 감동이었다. 예전에 마켓이나 관객으로 부산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여기서 내 영화를 상영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결국 이렇게 멋진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 큰 감명을 받았다”고 기뻐했다.

스티븐연은 “이제 부산에 온지 이틀 밖에 안 돼서, 팬들을 만나지 못했다. 그래도 많은 환대를 받았다.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느낌을 받았고, 낯선 마음 없이 마치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고 고마워했다.

존 조는 “어제 팬들과 만나 굉장히 감동했다. 마음을 한껏 열어서 환대해주고 사랑해줬다. 가족의 한 일원으로 받아주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문화적으로 한국은 전환기를 겪고 있다. 관찰자로서 한국에 온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민자의 영화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이민자 소재의 작품은 대체로 어느 곳에도 제대로 소속하지 못해 표류하는 인상의 주인공이 담겨 있다. 새로운 땅에서의 함께 자란 사람들과 문화적으로 같지만, 외형이 다르다. 외형이 같은 부모님의 나라 사람들과는 언어나 문화가 다르다. 여기도 저기도 정확히 소속되지 못해 방황하는 모습이 잦다. 그런 이들의 삶이 오히려 광범위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정이삭은 “이민자의 이야기는 이민자가 아닌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밖에 없다. 일반 사람들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기고 산다. 그곳에서 뿌리내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른 문화를 경험하는 건 꼭 이민자뿐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삶 자체가 여정이고 여행이다. 어떤 누구는 도시를 옮긴 것만으로 힘들어하기도 한다. 그런 점이 이민자 스토리에 공감하는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저스틴 전은 “다른 이민자들의 저희 이야기를 듣거나 보면 꼭 ‘나만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말을 한다. 다 우리는 어떤 범주 안에 들어가 있다. 제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한 것으로 공감대와 커넥션을 느낀다. 그러면서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플롯을 중시하는 할리우드, 메시지를 향하는 충무로”

요즘 한국 콘텐츠는 할리우드와 양분해 전 세계 콘텐츠 산업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실상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고도 한다. 할리우드가 채우지 못한 감성적인 영역을 한국 콘텐츠가 채우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있다.

그런 가운데 저스틴 전과 정이삭은 할리우드 스타일과 한국 콘텐츠 스타일을 비교했다.

먼저 정이삭은 “저는 할리우드나 한국 콘텐츠를 모두 제삼자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액팅과 정서가 다른 것 같다. 한국은 미묘한 듯 분위기를 전하고 미국은 노골적이다. 설명하긴 어렵다”며 “서로 다른 영화를 만들고 있어도, 서로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스틴 전은 “저는 이걸 깊이 생각해봤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할리우드 영화는 플롯을 중시하고, 그 안에서 큰 반전이 있거나 철저하게 짜인 구조를 좋아한다”며 “반대로 한국과 동양은 철학적 메시지가 플롯보다 중요해 보인다. 감정적인 영역에서 공감하고 더 흡인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티븐 연이 나온 ‘성난 사람들’은 온전히 감정적으로 전달해 동서양을 모두 한 그릇에 모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intellybeas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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