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부산=함상범 기자]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을 찾은 영화 ‘도그맨’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힘찬 박수와 환호로 ‘도그맨’의 제작진을 환대했다. 전 세계에서 프랑스의 거장 뤽 베송 감독도 그 장면에 커다란 감동을 받았다.

영화 ‘니키타’, ‘레옹’으로 국내 영화 팬들에게 잘 알려진 뤽 베송 감독은 올해 신작 ‘도그맨’으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초청됐다. 올해 영화제에서 아시안 프리미어로 공개된 ‘도그맨’이 지난 6일 상영회를 통해 선보였다.

안티히어로가 자신만의 정의를 실현하는 휴먼드라마로, 배우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주연을 맡은 ‘도그맨’이 머나먼 타지인 한국 관객들의 감성을 관통한 것. 거장의 풍모가 다시 한 번 ‘도그맨’에서 빛을 발했다.

그런 가운데 뤽 베송 감독은 7일 오후 2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진흥위원회 3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오픈 시네마 ‘도그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부산을 만난 감상과 소회를 전했다.

◇“내 영화 사랑해준 한국 관객, 큰 감동이었고 따뜻했다”

이날 뤽 베송 감독은 한국 관객들에 대한 감사를 먼저 전했다. 지난 6일 있었던 관객들의 집중력이 잊히지 않는다는 인상이었다.

뤽 베송은 “어제 ‘도그맨’이 야외 상영이 있었다. 저희에게도 굉장히 인상적인 순간이다. 20분 지난 후에 봤는데, 1000여명 움직이지 않고 집중하면서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을 봤다.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영화를 사랑해줘서 개인적으로 큰 감동이었고 따뜻했다. 이 자리를 빌려 한국 관객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뤽 베송 감독은 상영회가 끝난 뒤 사석에서 부산의 밤을 즐겼다. 그런 가운데 한국의 프로듀서와 감독들이 찾아와 그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표현했다고 한다.

뤽 베송은 “이런 자리에서 좋은 아티스트를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다. 나는 모든 아티스트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내가 할 수 없는 영화를 만들고, 그들 역시 나를 특별한 영화를 만드는 존재로 인식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각자 역량이 있는 아티스트들이 서로 만나면 존중하곤 한다. 어제도 그런 만남의 장이 있었다. 젊은 감독과 프로듀서들이 제 영화에 대해 흥미롭게 얘기해주셔서 정말 놀라웠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알고 보면 사랑스러운 괴물, 희망을 말하고 싶었다”

‘도그맨’은 고통스러운 유년기를 보낸 더글라스(칼렙 랜드리 존스 분)가 여러 과정을 거쳐 결과적으로 선한 길을 택한다는 메시지와 서사를 담은 작품이다. 중요한 순간마다 강아지가 나타나 더글라스에게 사랑을 전달한다.

뤽 베송은 “이 이야기는 실화에서 출발한다. 아들을 철창에 가뒀던 아버지 이야기를 기사를 통해 알았다. 이 아이가 그 이후에 어떤 삶을 살게 될까를 상상했다”며 “고통스러운 유년기를 산 뒤 아이에겐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 나쁜 길을 택할 수도 있고, 마더 테레사 같은 좋은 길을 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이 주인공은 선한 길을 선택했다. 여기에서 강아지는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예시다. 유년기에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강아지에 받은 사랑을 바탕으로 주인공이 성장한다. 강아지가 주인공을 선한 길로 이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뤽 베송은 “‘도그맨’ 시나리오는 심플하다. 괴물이 나오면 괴물을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근데 괴물 자세히 보니까 ‘사랑스러운 인물’이었던 것이다. 진짜 괴물은 그 주변에 있는 인물들이라는 걸 말한다”며 “철장에서 나온 주인공이, 신체적으로 또 위험에 처한다. 자유를 찾았지만 다시 감옥에 갇힌 셈이다. 그럼에도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나만의 힘으로 이겨내는 것을 전달해보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공격적이고 두려움도 없어, 근 10년 간 가장 성장한 한국영화계”

이날 뤽 베송 감독은 한국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한국영화와 영화계에 대한 칭찬과 애정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뤽 베송은 “한국영화는 정말 굉장하다. 매년 한국영화가 더 힘을 받고 더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젊은 감독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점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 덕분에 매년 새로운 감독이 나타난다. 한국영화 미래를 위해서는 완벽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 생각엔 10년 전부터 전 세계 영화판에서 가장 살아있는 영화계라고 생각한다. 조금의 과장이 없다. 한국 영화계는 모든 장르를 소화하고 있다. 만들고 싶으면 만들어낸다. 그전에는 프랑스가 이런 역할을 해. 지금은 한국 영화계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한국영화는 질문하지 않고, 이야기르 만든다. 공격적이고 두려움 없이 영화를 만든다. 그게 강점이다. 장르 영화를 찍고 싶으면 장르영화를 찍고, 장르를 바꾸고 싶으면 과감하게 바꾼다. 늘 뭘 만들어낸다는 게 중요하다. 오히려 내가 굉장히 한국적이었다고 본다”고 마무리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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