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배우 설경구를 대표하는 직업 중 하나가 경찰이다. 그를 영화계로 이끈 ‘박하사탕’도 형사였고, 엄청난 인기를 준 ‘공고의 적’도 경찰이었다. 의외의 히트를 한 ‘감시자들’에서는 정보국, ‘유령’에서는 일본 경찰이었다. 경찰이란 직업과 유독 인연이 깊은 배우다.

그런 설경구가 신작 ‘소년들’에서 경찰을 맡는다. 젊은 시절에는 강철중을 연상시키는 정의감에 타오른 경찰이지만, 권력으로 인해 인생이 흔들린 뒤에는 술에 의존해 정년퇴직만 바라보는 노인 경찰로 분한다.

이를 박박 갈면서 흉악범들과 대치했던 강철중은 온데간데없고 여유와 넓은 시야로 사안을 꿰뚫어 보는 ‘정직한 능구렁이’만 보인다. 전북완주경찰서 수사반장 황준철이 그가 맡은 인물이다. 정의를 쫓다 큰 벽에 가로막힌 뒤 섬으로 좌천됐다가 2016년 육지로 복귀한 경찰이다.

설경구는 23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소년들’ 언론시사회에서 “정지영 감독님께서 ‘강철중 같은 형사를 해야 하는데’라고 하셨다. 으레 하는 말인 줄 알고 ‘영광입니다’라고 했는데, 일주일 만에 책을 주셨다. 처음엔 ‘고발’이라는 제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의 적’ 이후에 강철중 같은 역할이 많이 들어왔다.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책을 보니까 ‘정리할 줄 아는 강철중’인 것 같았다. 일도 정리도 할 줄 알고 체계도 있는 인물이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개인적으로 2016년 황준철의 모습이 더 중요했다. 과거와 현재가 크게 대비되는 모습에 더 피폐해져 보이는 게 필요했다. 젊은 시절 모습은 열정이 가득하지만 17년 후 모습이 몸과 마음이 지쳐있고, 술에 절어있는 모습이 대비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소년들’은 1999년 알려진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3인조 강도가 삼례읍에 잇는 슈퍼에 침입해 자고 있던 할머니를 살해한 뒤 금품과 패물을 털어 달아난 사건이다. 경찰은 급히 범인 세 명을 잡았지만, 이후 부실 조작 수사 의혹이 불거졌다.

‘소년들’은 강도 사건 초반부터 마무리되는 여정까지, 1999년과 2016년의 주요 사건을 교차하며 담아냈다. 설경구와 더불어 유준상, 염혜란, 허성태, 진경, 김동영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설경구는 “ 이 사건 잘 알고 있었다. 당시에는 분노하고 화도 냈지만, 어느덧 잊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준철의 눈으로 이 사건을 정확하게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한편, ‘소년들’은 오는 11월 1일 개봉한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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