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전=정다워기자] 명가의 부활을 기다리는 대전의 배구 팬은 분명히 있다.

삼성화재와 한국전력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1라운드 마지막 경기가 열린 5일 대전충무체육관. 이날 경기에는 1871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대단히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지난시즌 최다 관중(1465명) 기록을 가볍게 뛰어넘는 수치였다. 시즌 초반이고 지금이 단풍 여행 철인 것을 고려하면 분명 적지 않은 기록이었다.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게 아니었다. 이날 경기장 분위기는 마치 봄 배구 시즌을 연상시켰다. 포인트 하나하나에 관중이 열광했고, 강력한 공격, 혹은 화려한 수비가 나올 때마다 뜨겁게 타올랐다. 한 배구 관계자는 “충무체육관이 이렇게 후끈하게 달아오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꼭 봄 배구를 보는 것 같다. 소름이 돋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대전충무체육관은 남자부 경기가 있을 때마다 조용한 편에 속했다. 삼성화재는 배구 명가의 타이틀을 벗은 지 오래다. 국가대표 선수가 즐비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의 삼성화재는 남자부에서 가장 적은 인건비를 지출하는 팀이다. 당연히 전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지난시즌에도 최하위에 자리했다.

이번시즌은 다르다. 삼성화재는 김상우 감독의 결단 속 과감한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삼아 비시즌 훈련에 매진했다. 이미 컵 대회 준우승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고, V리그 1라운드의 최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개막전에서 우리카드에 패했던 삼성화재는 이 경기 전까지 4연승을 내달렸다. 경기 내용, 결과 면에서도 모두 최근 몇 년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수했다.

삼성화재는 이 경기에서 5연승에 도전했다. 결과는 세트스코어 3-0 완승이었다. 2013~2014시즌 이후 무려 10년 만의 1라운드 5승을 적립하며 선두에 올랐다. 경기 후 충무체육관엔 승리를 자축하는 노래가 시끄럽게 울려퍼졌다. 이 장면을 즐기기 위해 많은 관중이 충무체육관으로 돌아왔다.

이제 겨우 1라운드가 시작했을 뿐이다. 하지만 삼성화재가 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대전은 다시 한번 배구 명가의 도약으로 들썩일 것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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