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부산=강예진기자]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후반 추가시간 통한의 실점으로 K리그2 우승을 눈앞에서 놓친 부산과 ‘짜릿한 역전 우승’으로 다이렉트 승격을 일군 김천 상무의 이야기다.

이보다 더 비극일 순 없다. 부산은 눈앞에서 K리그2 우승을 놓쳤다. 26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3 39라운드 충북청주와 최종전에서 통한의 후반 막판 실점에 발목을 잡혀 1-1로 비겼다. 같은 시간 김천 상무가 서울 이랜드를 1-0으로 꺾으면서 승점 71을 만들었고, 부산은 승점 70이 되면서 2위로 내려앉았다. 지난 9월3일에 시즌 첫 1위를 찍었는데 막판 2연패로 고개를 숙인 것이다.

‘승리’만을 바라본 부산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공세를 펼쳤다. 수없이 골문을 두드렸지만 전반에는 무위에 그쳤다. 후반 역시 같은 흐름이었는데, 기어코 결실을 맺었다. 후반 23분 페신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충북청주 골키퍼의 골킥을 라마스가 중원에서 끊어낸 뒤 원터치로 페신이 이어받아 마무리한 것이다. 우승에 한 걸음 다가간 순간, 충북청주가 고춧가루를 제대로 뿌렸다. 후반 추가시간까지 몰아붙였고 막판 조르지가 동점골을 넣었다. 전광판에 1-1이 찍혔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부산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김찬은 한동안 그라운드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눈앞으로 다가온 우승을 놓친 허탈함과 상실감 때문이다. 관중석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본 다른 부산 선수들 역시 머리를 감싸 쥐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부산 관계자들 역시 ‘말도 안된다’는 허탈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떠났다. 박진섭 부산 감독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부산은 우승을 위해 준비해 둔 시상대를 다시 분해해 정리했다. 씁쓸함만 남은 최종전이 됐다.

그라운드 뿐 아니라 추운 날씨에도 90분 내내 목이 터져라 응원한 팬들 역시 눈물바다가 됐다. 선수들은 서포터즈석으로 향했고, 부산 서포터즈는 ‘할 수 있다 부산’을 외치며 고개숙인 선수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경기 후 박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많이 고생했는데, 실망감이 있을 듯하다. 지키려고 했는데...”라면서 “분위기를 빠르게 되돌리는 게 중요하다. 남은 경기를 지켜보고 만날 팀을 잘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즌을 되돌아보면 수비는 좋아졌지만 득점력이 부족했다. 밸런스가 중요한데, 남은 시간 잘 정비해야 한다. 승강PO의 변수가 될 듯하다. 훈련을 통해서 방법을 찾아야 할 듯하다”고 다짐했다.

김천 상무는 안방에서 축제의 장을 펼쳤다. 김현욱의 선제 결승골로 서울 이랜드를 제압한 후 나란히 그라운드 위에 모여 부산의 경기를 전광판으로 지켜봤다. 그리고 충북청주의 동점골을 비롯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서로를 얼싸안고 포효했다. 이로써 김천은 2022시즌 K리그1 11위로 대전 하나시티즌과 승강 플레이오프서 패해 강등된 이후 2년 만에 K리그1 무대를 밟게 됐다.

‘고춧가루’를 제대로 뿌린 최윤겸 충북청주 감독은 승리에도 마냥 기쁘게 웃지 못했다. 최 감독은 “죄송한 마음이다. 선수들이 우승 결과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했다는 부분을 칭찬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부산을 응원했는데, 고춧가루 부대가 되어 마음이 무겁다”며 승리를 자축하지 못했다.

부산에 ‘승격’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다이렉트 승격 티켓은 놓쳤지만 2위를 확정해 승강 플레이오프(PO)에 나선다. K리그2 2위 팀은 K리그1 11위 팀과 홈앤 어웨이로 맞붙는다. 상대는 내달 2일 K리그1 38라운드 이후 결정 난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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