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올해 마흔 살이 된 프로축구 K리그는 역대 최고 흥행 시즌을 보냈다.

K리그1은 총 244만7147명, K리그2는 56만4362명의 관중이 각각 들어찼다. 특히 최상위 리그인 K리그1은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200만 유료 관중을 돌파해 눈길을 끌었다. 평균 관중은 1만733명.

흥행을 주도한 건 ‘수도 서울’을 품는 FC서울과 K리그1 ‘2연패’를 달성한 울산 현대다. 서울은 4년 연속 파이널B에 머물렀지만 흥행만큼은 최정상에 있다. 19차례 홈경기에 43만29명 관중을 불러들여 K리그 유료 관중 집계 이후 처음으로 단일 시즌 홈 경기 40만 관중 돌파했다. 평균 관중 수는 2만2633명으로 프로스포츠 전체를 통틀어 한 시즌 최다 수치를 기록했다.

인기 가수 임영웅의 시축과 하프타임 공연이 펼쳐진 지난 4월8일 대구FC전엔 올시즌 한 경기 최다이자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프로스포츠 한 경기 최다인 4만5007명 구름 관중이 모였다. 또 서울은 5월5일 어린이날 치른 전북 현대전에 3만7008명의 관중을 불러들이는 등 올해 K리그 최다 관중 경기 ‘톱10’에 무려 6경기(1,2,3,4,6,10위)를 올려놨다.

월등한 성적은 물론, 수도권 팬을 아우르는 홍보·마케팅으로 지방구단 한계를 깬 울산도 34만5990명(평균 1만8210명)의 관중을 유치했다. 8월19일 열린 전북과 ‘현대가 더비’ 홈경기엔 3만756명의 관중이 모였다. 올시즌 최다 관중 경기 ‘톱10’에 3경기(5,7,8위)를 올렸다.

이밖에 ‘축구 특별시 부활’을 알린 대전하나시티즌도 24만4274명(평균 1만2857명)의 관중을 모았으며, 성적 부진에 허덕인 전북과 2부 강등 아픔을 겪은 수원 삼성도 각각 23만8759명(평균 1만2566명), 22만4177명(평균 1만1799명)으로 평균 1만 명 관중을 돌파해 최다 흥행 시즌을 견인했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16강에 진출하며 K리그 열기에 불을 지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에도 4년 주기 ‘월드컵 효과’는 존재했지만, 시즌이 끝날 때까지 장기 흥행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만큼 각 구단의 홍보·마케팅과 경기력 상승이 동반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난 2018년부터 도입한 유료 관중 집계 시스템 효과가 증명되고 있다. 프로연맹은 초대권이나 VIP 티켓 등을 제외하고 돈을 주고 입장권을 산 이들만 포함하는 유료 관중 집계를 시행 중이다. 애초 일부 구단이 반대했으나 홍보·마케팅 실무 역량을 비롯해 구단 자생력이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대다수 구단이 과거보다 홍보·마케팅 부서에 전문적인 인력을 두고 있다. 여기에 보수적으로 구단을 운영하던 대표이사나 사무국장 등 책임자는 실무자가 창의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이끄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구단의 공격적인 홍보·마케팅 활동에 폐쇄적이었던 선수단도 마찬가지다. 울산만 하더라도 K리그 최고령 사령탑인 홍명보 감독이 선수단 라커룸을 개방, 구단 자체 다큐멘터리 ‘푸른파도’를 론칭하는 데 협조했다. 울산은 푸른파도의 성공을 바탕으로 수도권으로 팬을 확장해왔다.

이밖에 여러 구단이 보기 어려운 차별화한 콘텐츠로 팬을 끌어모으고 있다. 프로연맹은 동기부여 차원에서 분기별로 홍보·마케팅을 잘한 구단에 팬 프렌들리상을 수여하는데, 구단도 이를 성공 지표로 여기면서 수상 경쟁이 치열해졌다.

다만 이런 흥행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으려면 리그 전체적으로 더 철저한 팬 관리와 분석이 따라야 한다. 현재 K리그는 소수 구단만 자체 시스템으로 팬을 관리하고 있다. 자체 CRM시스템을 활용, 매 경기 데이터로 팬의 특징과 기준을 정의해 맞춤 홍보 전략을 꾸리는 서울이 대표적이다.

리그 사무국 차원에서 최고 자산인 관중 데이터를 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9월 추석 연휴 기간 K리그1이 유료 집계 사상 첫 200만 관중 돌파 기록을 세웠을 때도 프로연맹은 별다른 세부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했다. 리그를 관장하는 연맹서부터 ‘디테일’을 탑재한 팬 데이터 확보 및 관리를 거쳐 각 구단에 제언이 이뤄져야 지속한 흥행이 이뤄질 수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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