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양=윤세호 기자, 황혜정 기자] 고양체육관이 모처럼 가득 찼다. 예매 시작 3분 만에 티켓이 매진됐고, 한자리에 모인 별들은 크게 화답했다. 경기는 치열하지 않았지만, 3쿼터까지는 올스타전 취지에 맞춰 적극적으로 팬서비스에 임했다. 그렇게 시작한 4쿼터. 혈투였다. 시작부터 끝까지 한겨울 추위를 녹이는 미소와 열정으로 가득한 역대 최고 올스타전이 농구팬을 녹였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14일 고양체육관에서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올스타전을 열었다. 이미 흥행 청신호를 쏘았다. 지난 8일 인터넷으로 판매한 티켓 5561석이 순식간에 동이 났다. 이번 시즌 고양체육관 최다 관중. 2023년 10월22일 고양 소노 개막전에서 관중 5002명이 들어찬 것을 뛰어넘었다.

기대만큼 풍족했다. 시작부터 그랬다. 경기시작에 앞서 24명의 올스타가 화려하게 코트에 들어섰다. 그리고 약속한 댄스 타임으로 이어졌다. 감독이 주도했다. 크블몽팀 김주성 감독과 공아지팀 조상현 감독이 코트 중앙에서 댄스로 축제의 막을 직접 열었다. 사령탑의 댄스에 선수도 함께 몸을 흔들었다.

2쿼터까지 최다 득점자는 크블몽팀의 허웅(부산 KCC)과 공아지팀의 자밀 워니(서울 SK·이상 17점)였다. 중요한 건 득점이 아니었다. 환호성이 크게 터진 순간마다 크블몽팀 월드스타 이관희(36·창원 LG)가 있었다. 글로벌 리얼리티쇼 ‘솔로지옥’을 통해 전 세계 60만명 이상 팔로워를 거느린 그가 영원한 라이벌 이정현(37·서울 삼성)과 1대1로 붙었다.

1쿼터 시작부터 이관희와 이정현이 마주하자 순식간에 고양체육관이 뜨겁게 폭발했다. 이정현은 이관희의 수비를 돌파로 둟고 득점했다. 파울까지 얻으면서 완승을 거뒀다. 이정현은 세리머니로 올스타전의 시작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이관희는 타임아웃 후 반격을 노렸다. 그러자 공아지팀이 이정현을 도왔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5명이 선수 1명을 막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관희는 어쩔 수 없이 패스했다. 이후 슛 난조에 빠졌다. 2쿼터까지 야투 5개를 모두 실패해 무득점에 그쳤다. 올스타전을 찾은 이자영씨는 “인기를 의식해서 부진한 것 같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스스로 빛나지는 않았으나 팀 동료를 도왔다. 덩크슛 콘테스트 챔피언을 노리는 저스틴 구탕의 도우미로 나섰다. 의자에 앉아 구탕이 자신을 뛰어넘어 덩크슛을 터뜨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구탕에게 앨리웁 패스도 했다. 3쿼터부터는 득점 행진에 가담했다. 이관희는 베스트 엔터테이너상을 수상했다.

3쿼터의 시작도 양 팀 감독이 열었다. 김 감독과 조 감독이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밟았다. 그 순간 코트가 다시 함성으로 가득 찼다. 사제 대결이 펼쳐졌다. 김 감독은 김종규와 인사이드에서 포스트업으로 맞섰다. 조 감독은 이관희와 외곽에서 1대1에 임했다. 김 감독과 조 감독 모두 득점하며 역대 올스타전에서 가장 빛나는 감독이 됐다. 김 감독과 조 감독 모두 현역 시절 올스타전 단골이었다. 3쿼터 초반 3분 동안 ‘스타 본능’은 여전함을 증명했다.

별 중의 별 올스타전 MVP는 자밀 워니였다. 4쿼터부터 양팀은 한층 수비 강도를 높여 정면승부를 펼쳤다. ‘스타 페스티벌’이 ‘스타워즈’로 바뀌었다. 그 중심에 워니가 있었다. 워니는 51점 14리바운드 8어시스트로 펄펄 날았다. 역대 올스타전 최다 득점 2위다.

워니는 지난시즌까지 동료였던 최준용과 녹슬지 않는 호흡을 뽐냈다. 4쿼터 막바지 이관희가 자유투 3개를 모두 넣으며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는데, 워니는 연장에서 3점슛을 소나기처럼 퍼부었다. 135-128 워니의 공아지팀이 크블몽팀을 꺾었다.

재미와 승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올스타전이었다. 참석한 선수와 감독 모두 최선을 다해 농구팬 응원에 화답했다. 지난 시즌부터 흥행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프로농구가 희망의 빛을 이어갔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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