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도하(카타르)=강예진 기자] ‘루틴’을 강조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축구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2월 부임 이후 줄곧 루틴을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오전 훈련’이 꼽힌다. 오후 훈련을 선호해 온 파울루 벤투 전 감독과 가장 다른 부분이다.

지휘봉을 잡은 뒤 ‘첫 시험대’인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도 그만의 루틴은 확고하다. 사전 전지훈련지였던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시작한 오전 훈련을 도하에 입성해서도 이어가고 있다. 대표팀의 하루 일정은 오전 훈련, 오후 휴식이다.

대한축구협회(KFA) 관계자는 “감독께서 토너먼트 대회를 여러 차례 경험했다. 확실히 토너먼트에 강점 있는 지도자다 보니 루틴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 선수들은 오전에 매우 강하게 훈련하고, 오후에 휴식을 취한다. 휴식 시간에 선수를 터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루틴의 확고함은 조별리그 1차전 전에도 엿볼 수 있었다. 대표팀은 현지시간 오전 10시30분에 알 에글라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한다. AFC에서는 경기 전날 공식 기자회견을 여는데, 낮 12시로 KFA에 통보했다. 기자회견은 훈련장이 아닌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진행한다. 훈련장과 MMC의 거리는 차로 20~30분 정도다. 훈련을 마치고 기자회견장까지 이동하기엔 시간이 빠듯하다. 부상으로 팀 훈련에 합류하지 못한 황희찬(울버햄턴)이 바레인전 기자회견 대표 선수로 참여한 이유다.

또 있다. AFC에서는 경기 전날 경기가 치러지는 경기장을 선수단이 잠시 방문하게 한다. 적응 훈련이 아닌 기온과 잔디 등을 체크하는 짧은 시간. 이 역시 오전에 잡혀있는데, 클린스만 감독은 대부분의 선수가 아시안컵이 진행 중인 카타르에서 2022년 월드컵을 경험한 것을 강조하며 굳이 방문하지 않기로 했다. 루틴을 굳이 깨면서 시행할 필요가 없다는 게 KFA 관계자의 설명이다.

개인 행동도 루틴을 중시하는 그의 신념을 엿볼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팀 훈련에 들어가기에 앞서 사이클에 올라타 시간을 보낸다. 훈련을 마친 뒤 선수가 떠난 텅 빈 운동장을 홀로 몇 바퀴 돈 뒤 들어간다. KFA 관계자는 “감독께서 훈련이 끝난 뒤 운동장을 도는 루틴이 있다”고 귀띔했다.

선수단도 각자 루틴을 지니고 있다. 대표적으로 손흥민은 훈련 전 사이클로 예열한 뒤 밴드를 착용해 스쿼트로 몸을 푼다. 이후 노바운스 패스 게임 등 본격 훈련에 나선다. 경기 당일에는 서전트 점프를 시작으로 드리블 동작으로 경기장에 입장한다.

루틴의 중요성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공감한다. 예를 들어 컨디션 관리가 중요한 수험생은 자신만의 루틴을 적립해, 시험장까지 끌고간다. 기상부터 휴식, 먹는 음식까지 포함이다.

운동선수 역시 다르지 않다. 루틴을 만들면 생체리듬이 그에 맞게 바뀐다. 몸이 환경에 적응하게 된다. 선수가 운동 수행을 최상으로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이상적인 상태를 갖추려고 하는 고유한 동작이나 절차를 밟는 것이다.

공교롭게 대표팀의 조별리그 세 경기 모두 현지시간 오후 2시30분이다. E조 4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같은 시간이다.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시 16강전도 같은 시간에 치른다. 클린스만이 ‘루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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