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도하=강예진 기자] ‘분위기’가 관건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대표팀은 3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중동의 강자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한다. 한국은 E조 2위(1승2무), 사우디는 F조 1위(2승1무)로 녹아웃 스테이지에 진출했다.

클린스만호는 사우디에 좋은 기억이 있다. 지난해 9월 사우디와 A매치 평가전에서 조규성의 결승골로 1-0 승전고를 울렸다. 2월 부임 후 5경기 동안 승리가 없던 클린스만 감독의 한국 사령탑 데뷔승리였다. 이 승리 이후 한국은 지난 바레인과 조별리그 1차전(3-1 승)까지 7연승을 달렸다.

이번에는 환경이 다르다. 카타르에서 열리지만, 사우디 안방과 다름 없다. 카타르와 사우디는 접경 국가다. 경기를 보러 카타르로 발걸음을 옮긴 팬이 수두룩하다. 주최측은 이번대회 사우디 팬을 위한 ‘팬존’을 따로 만들어 놓았을 정도다. 16강이 열리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은 4만4667명을 수용하는데, 절반 이상이 사우디 팬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팬의 응원 열정은 이번대회 또다른 볼거리다. 일본과 이라크의 조별리그 D조 2차전(이라크 2-1 승)에서는 이라크뿐 아니라 사우디, 오만, 요르단 등 중동 국가 팬이 하나로 어우러져 응원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을 비롯해 일본 몇몇 선수는 현장 분위기가 경기력에 영향을 끼쳤다고 토로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사우디에는 지난해 좋은 기억이 있다”면서도 “사우디 팬 3만 명이 집결할 듯하다. 축구의 일부라고 생각하지만,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면이 있을 것”이라고 일찌감치 경계했다.

대한축구협회(KFA)에 따르면 16강부터는 대표팀 서포터인 ‘붉은악마’ 회원 20여명이 현장을 찾아 응원할 예정이다. 8강, 4강, 결승까지 진격할 경우 점차 늘어나 최대 70여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붉은악마 정예요원은 군데군데 떨어져 앉는다. 한목소리를 내면서 응원할 환경이 아니라고 한다.

즉 클린스만호가 사우디아라비아의 홈경기장 같은 분위기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제 경기력을 발휘하는 게 또다른 관건이 됐다. 지난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2-2 무)에서도 중동 현지 팬의 열기를 체감한 적이 있다. 손흥민(토트넘) 이재성(마인츠) 등 경험 있는 선배의 조언과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kk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