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하필 왜 지금일까.

현대캐피탈은 7일 프랑스 출신의 명장 필립 블랑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블랑 감독은 8월 합류해 새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블랑 감독은 명장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지도자다. 2001년부터 2012년까지 프랑스 남자 국가대표팀 감독을, 2013년부터 2016년까지는 폴란드 남자 국가대표팀의 수석코치를 맡은 바 있다.

블랑 감독은 한국과 신체조건이 비슷한 일본에서 큰 성과를 냈다. 2017년 일본 남자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로 부임한 블랑 감독은 2022년부터는 감독을 맡아 2023년 발리볼네이션스 리그(VNL) 3위, 2024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뛰어난 업적을 이뤘다. 일본은 블랑 감독 체제에서 세계 랭킹을 4위까지 끌어 올렸다. 현대캐피탈도 블랑 감독과 함께 큰 도약을 노릴 수 있게 됐다.

큰 사건인 것은 분명한데 발표 시점에 물음표가 붙는다. 지금 V리그 남자부에서는 한참 순위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6위로 하위권에 있지만 승점 36으로 4위 삼성화재(40점)와는 4점 차에 불과하다. 3위 OK금융그룹(43점)도 아직 가시권에서 추격이 가능하다. 봄배구를 노릴 만한 상황이다.

전임 사령탑을 대신해 팀을 이끄는 진순기 감독대행은 현대캐피탈을 안정화했다. 지난해 12월24일 첫 경기를 시작으로 9경기에서 7승2패를 기록했다. 5라운드 두 경기에서도 연승을 거두며 봄배구를 향한 발걸음이 탄력을 받고 있다.

한참 좋은 분위기 속 새로운 선장의 부임 소식을 발표하면 기존 코칭스태프의 사기는 꺾일 수밖에 없다는 게 배구계 복수 관계자의 공통 의견이다. 새 감독을 미리 정할 수는 있지만 공식적으로 발표까지 하면 진 대행을 비롯한 코치들은 거취에 불안감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팀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을 구단 스스로 만든 셈이다.

현대캐피탈은 블랑 감독 부임 전 2월부터 이탈리아 출신의 파비오 스토르티 코치가 팀에 합류해 분위기 파악에 나선다고 했다. 이 결정도 자칫 내부에 큰 이질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따른다.

한 구단 관계자는 “발표 시점이 참 의문이다. 진순기 대행 체제로 잘하고 있는데 저렇게 발표해버리면 팀 분위기가 어떻게 되겠나”라며 걱정을 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코칭스태프의 리더십이 힘을 받기 어렵다. 지금 봄배구 순위 싸움을 하는데 왜 하필 지금 발표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당장 8일 5위 한국전력과 맞대결을 벌인다. 순위 싸움에 중요한 맞대결인데 정작 내부에서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게 됐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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