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미국 스포츠 커미셔너들은 대체로 장수한다. 간혹 구단주들이 결탁해 조기에 끌어내리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커미셔너는 구단주들이 선임하지만 자리에 오르면 커미셔너십을 최대한 발휘한다. 자리에서 물러난 뒤 명예의 전당에 오르고 리그에 큰 유산을 남긴다.

메이저리그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65)는 16일(한국 시간) 플로리다 탬파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임기는 2029년 1월에 끝난다. 지난해 7월 구단주들로부터 3번째 재신임을 받았다. 전임 버드 실릭 커미셔너의 17년보다는 짧지만 14년 재임 기간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1987년부터 MLB 사무국에서 노사 협상 일을 해왔다. 올해로 MLB와 인연은 37년이다. 2029년이면 42년 MLB 봉사로 마친다.

맨프레드는 10대 커미셔너다. MLB에 커미셔너 직책이 시작된 것은 1920년이다. 191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월드시리즈 져주기 블랙삭스 스캔들로 인해 만들어졌다. 초대 케네소 마운틴 랜디스 연방 법원판사를 추대했다. 추상같은 명령으로 당시 최고의 스타 슈리스 조 잭슨 등을 영구추방했다. 잭슨은 매우 경미한 가담자다. 1944년까지 25년을 재임했다.

원래 양 리그 MVP를 ‘케네소 마운틴 랜디스 어워드‘로 불렀다. 그러나 미국야구기자단(BBWAA)은 랜디스가 인종차별주의라는 게 속속 드러나면서 2020년 그의 이름을 삭제했다.

앞의 9명의 커미셔너 가운데 초대 랜디스를 포함해 해피 챈들러, 포드 프릭, 보위 큔, 버드 실릭 등 5명이 명예의 전당에도 추대됐다.

맨프레드는 재임 중 노사단체 협약을 무난히 이끌었다는 평가를 듣는다. 플레이오프 팀을 12개로 늘려 흥행에 성공하고 구단에 수입도 안겼다.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 징계가 선수를 제외하고 구단과, 단장, 감독에게 국한한 점은 오점으로 남아 있다.

맨프레드 외에도 4대 메이저 종목의 커미셔너들은 모두 장수하고 있다. 아이스하키 NHL의 개리 베트맨(71)이 최장수다. 1993년부터 재임해 31년째다 거의 종신이다.

NBA 애덤 실버(61)는 2014년부터 커미셔너로 활동하고 있다. NBA의 독재자로 통했던 전임 데이비드 스턴은 30년을 채우고 2014년 1월 31일에 물러났다. 2020년 77세로 삶을 마감한 스턴은 NBA를 글로벌화 한 능력 있는 커미셔너였다.

NFL 로저 구델(64)도 2006년부터 재임하고 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구델은 NFL의 인턴으로 시작해 총재까지 오른 인물이다. 4명의 커미셔너 가운데 유일하게 변호사가 아니다. 지난해 구단주들이 재계약을 해 2027년 3월까지 임기다. 2019-20, 2020-21 회계연도의 국세청에 신고한 연봉이 무려 6390만 달러(852억 원)다.

메이저 종목의 커미셔너들이 장수하는 이유는 리그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모든 구단의 가치가 해마다 오르고 있고, 방송중계권료도 대폭 늘어나 구단주들이 재신임하는 것이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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