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춘천=김용일 기자] ‘비상’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이번시즌 강원FC 오렌지 유니폼을 입고 승승장구하는 이상헌(26) 얘기다.

그는 지난달 31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4라운드 FC서울과 원정경기에서 0-1로 뒤진 후반 41분 극적인 오른발 동점포를 터뜨렸다.

경기를 주도하고도 서울 윌리안에게 후반 26분 일격을 당한 강원은 이상헌의 골로 1-1 무승부를 기록, 승점 1을 챙겼다.

이상헌은 초반 4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며 득점 선두권에서 경쟁 중이다. 2018년 전남 드래곤즈 시절 기록한 K리그1 한 시즌 최다인 5골(21경기)에 벌써 근접했다.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아는 수장 윤정환 감독과 재회가 크다. 윤 감독은 울산HD 사령탑 시절이던 2016년 말 유스팀 현대고에서 유망주로 불린 이상헌을 1군에 전격 콜업했다. 그러나 윤 감독이 이듬해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 감독직을 맡으면서 헤어졌다. 그래도 이상헌의 남다른 골 결정력과 축구 지능을 눈여겨봤다.

윤 감독은 세레소를 이끌면서 2017년 더블(2관왕)을 달성한 적이 있는데 이 때 이상헌 영입을 구단에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울산이 고액의 이적료를 책정해 무산됐다. 그 사이 이상헌은 경쟁자가 즐비한 울산에서 자리잡지 못했다. 2018년 전남으로 임대 이적해 1군 경험치를 늘렸다. 이듬해 울산으로 북귀했지만 2020년까지 리그에서 뛴 건 고작 13경기(2골)에 불과하다.

눈물을 머금고 뛸 기회를 얻고자 K리그2(2부) 소속 부산 아이파크로 적을 옮겨야 했다. 당시 J2리그 제프 유나이티드를 이끈 윤 감독은 여전히 이상헌을 마음에 뒀다. 그러나 영입은 여의찮았다.

윤 감독이 지난해 여름 강원 소방수로 지휘봉을 잡으면서 8년 만에 재회했다. K리그 사령탑에 복귀한 그는 팀을 1부 잔류로 이끈 뒤 이번시즌을 앞두고 공격진 보강을 위해 이상헌 영입을 빠르게 추진했다. 강한 신뢰를 품고 있는 윤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전격적으로 이적, 네 시즌 만에 1부리거로 돌아왔다.

보란 듯이 골을 펑펑 터뜨리고 있다. 윤 감독은 “(이)상헌이가 스피드는 떨어졌지만, 볼을 찰 줄 알고 득점할 줄 아는 선수다. 그래서 영입했는데 역시 득점 상황에서 센스가 있다”고 칭찬했다.

축구 선수로 전성기를 향하는 이상헌에게도 극적인 만남이다. 그는 “감독께서 8년 전 나를 1군에 불러주시고 일본에 가셨다. 8년 만에 다시 뵙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애초 팀 목표만 세웠는데 감독께서 ‘포인트 10개 이상 해야지?’라시더라. 꼭 10개 이상하겠다고 다짐했다”고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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