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이정도면 태업을 의심해야 한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장면에도 우왕좌왕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제재하기 바쁘다. 심각하다는 말조차 아까울 정도다.

겉으로는 역대 최고 흥행가도를 달리지만, 속은 곪아가는 인상이다. 공정성 강화를 위해 이런저런 제도를 시행했지만, 부작용이 더 커 보이는 KBO리그 얘기다.

웃지 못할 오심이 너무 잦다. 기본적인 ‘야구규칙’을 적용하지 못해 비디오판독을 번복하는 일까지 생겼다. KBO는 19일 “전날 잠실 경기 중 규칙을 오적용해 경기운영에 혼란을 초래한 박근영 심판팀장과 장준영, 문동균 심판위원에게 KBO리그 벌칙 내규에 따라 제재금 각 50만원과 경고처분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18일 잠실에서 열린 NC-두산전 7회초 무사 1루에서 벌어진 플레이에서 포스아웃 상황을 태그 아웃으로 오적용했다. 2루 땅볼 때 타자주자가 1루에서 세이프돼 2루로 달리던 주자는 포스아웃이어야 하는데, 야수의 태그플레이에 현혹됐는지 세이프 선언을 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즉각 비디오판독을 요청했고, 판독실에서도 규칙을 잘못적용한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타자주자가 1루에서 세이프됐으므로 2루로 달리던 1루주자는 태그 플레이가 아닌 포스아웃 상황이므로 판정을 정정한다”는 박근영 팀장의 설명 이후 NC 강인권 감독이 거칠게 항의하는 장면도 나왔다. ‘비디오판독에 의한 결정은 최종적이며, 항의하거나 번복할 수 없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얘기였는데, 애초 비디오판독이 아닌 규정 오적용이었던 셈이다.

오심 논란 때면 자주 등장하는 심판진이 공교롭게도 이번 사태에서도 등장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이른바 ‘3피트 라인 위반’ 자동 볼판정시스템(ABS) 오류 시 볼판정 실수 등 자잘한 실수가 꽤 자주 나온다. 기본적인 규칙조차 헷갈릴 정도면, 심판 역량에 의문부호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심판들도 할 말은 있다. ABS는 이어폰을 착용하고 기계음을 들어야 한다. 신경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눈과 귀가 따로 놀면, 판단이 흐려질 수도 있다. ‘기계가 판정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소리에 집중하다보면, 당연히 눈으로 따라가야 하는 볼 움직임을 놓칠 수 있다. 파울팁 여부, 체크스윙 여부 등을 놓치는 게 당연하다.

애초 충분한 적응기 없이 급하게 ABS를 도입한 것이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볼로 들었다고 하세요”라는, 초유의 ‘오심 감추기 시도’로 베테랑 심판이 해임되는 일까지 겪었으니, 심판진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심판이 규칙을 올바르게 적용하는 건 심판의 존재 이유다. 심판이 헷갈리면, 야구가 변한다. “공 하나 잘못본 게 뭐 대수냐”고 따져묻는다면, 선수출신이라는 말도 해서는 안된다. 특정 상황에서 공 하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양팀 투수가 던진 299개(한 경기 300개 기준)보다 크다.

지나치게 포퓰리즘으로 흘러가는 KBO 행정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KBO 실행위원회(단장회의)는 6월 회의에서 3피트 라인을 재조정할 예정이다. 홈에서 1루 사이, 페어지역의 흙과 잔디 경계까지 주로로 허용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KIA SSG 두산 NC KT 등 여러 팀이 3피트 라인 위반 판정을 받아 거칠게 항의했고 ‘메이저리그는 KBO리그와 3피트 라인 규정이 다르다’는 여론이 들끓자 슬그머니 따라가는 인상이다. 성급하게 ABS를 도입한 것도 결과론적으로는 같은 맥락으로 볼 수밖에 없다.

팬 퍼스트도 중요하지만, 야구는 선수가 한다. 그라운드 위에 서 있는 선수들이 ‘정해진 규칙’ 안에서 신명나게 각자 플레이를 해야 KBO리그를 보는 팬의 눈도 즐겁다. 여론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KBO라는 꼬리표가 마냥 반가운 얘기는 아니다. 리그 사무국과 커미셔너가 왜 존재하는지, 통렬한 자아비판이 필요한 때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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