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5회부터는 모두가 루틴을 지켰다.”

한마음 한뜻으로 기원했다. 한국 야구 역사가 새로 탄생하는 순간을 기대하면서 똑같은 자세로 같은 자리에 앉아서 응원했다. 지난 25일 잠실 삼성전. KBO리그 최초 퍼펙트 게임에 도전했던 LG 케이시 켈리를 바라보는 1루 더그아웃 모습이었다.

LG 염경엽 감독은 26일 잠실 삼성전을 앞두고 “5회부터 루틴을 똑같이 했다. 그런데 주위를 보니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자기 루틴을 하고 있더라. 7회부터는 선수, 코치, 매니저, 프런트 직원까지 켈리가 무실점한 상황과 똑같이 루틴을 지켰다. 처음 있었던 자리에서 모두가 숨죽이며 루틴을 지켰다”고 전날 경기를 돌아봤다.

바람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8회까지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던 켈리는 9회 첫 타자 윤정빈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아웃 카운트 3개를 남겨놓고 퍼펙트 게임과 노히트노런이 모두 깨졌다. 하지만 동요는 없었다. 켈리는 빠르게 마음을 다잡고 다음 타자 강민호를 병살타, 대타 김헌곤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 완봉승을 거뒀다.

염 감독은 “어제는 정말 퍼펙트 게임이 될 것 같았다. 마지막 이닝에서 아쉽게 안 됐다. 야구는 역시 어려운 것 같다”며 “만일 우리가 점수를 더 뽑았다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4-0이 아니라 6-0 정도 됐으면 상대도 집중력이 떨어졌을 텐데 점수가 더 나지 않으면서 상대가 끝까지 따라오는 흐름이 됐다. 퍼펙트는 깨졌지만 완봉을 기대했고 점수를 주거나 주자가 2명 쌓이면 그때 켈리를 바꾸려 했다”고 설명했다.

새 역사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일주일의 시작점인 화요일 경기에서 불펜 소모를 최소화한 LG다. 염 감독은 “켈리는 계획대로 화요일에 나온다. 어제 경기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구속이 잘 나왔는데 아마 오늘 알이 배기지 않았을까 싶다”고 웃으며 “이번 주가 정말 중요하다고 봤다. 전반기 끝날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지금은 후반기 생각보다는 전반기 버티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다행히 이번 주 시작은 좋다”고 밝혔다.

이날 LG는 홍창기(우익수)~신민재(2루수)~문보경(3루수)~오스틴 딘(지명타자)~박동원(포수)~김범석(1루수)~구본혁(유격수)~박해민(중견수)~안익훈(좌익수)으로 라인업을 짰다. 선발 투수는 디트릭 엔스다.

김현수가 장염 증상으로 이날 휴식. 이번 주 남은 5경기 선발 로테이션은 이상영~이지강~손주영~임찬규로 돌아간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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