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스포츠 진화는 인간과 기술의 진화와 맞물린다. 육상 선수들이 체계적인 훈련과 가볍고 탄력 있는 신발을 신고 신기록을 세우는 것처럼 야구에서 투수도 점점 더 빠른 공을 던지고 있다. 메이저리그(ML)는 물론 KBO리그도 강속구 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의 한 연구 기관에서 인간이 낼 수 있는 최고 구속을 측정했다.

미국 언론 디 애슬레틱은 지난달 29일(한국시간) 강속구 시대를 연 투수와 이들을 바라본 연구원들을 집중 조명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던질 수 있는 최고 구속은 시속 125마일(약 200㎞)라고 내다봤다.

전 LA 다저스 분석가이자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돕는 ‘리부트 모션’ 창립자 지미 버피 생물학 박사는 “신체 부위의 움직임과 흐름을 물리 모델로 구축해 계산했을 때 최대 속구 구속은 약 125마일이 나온다”고 밝혔다.

눈앞으로 다가온 일은 아니다. 현실과 차이도 크다. ML 역대 최고 구속은 2010년 아롤디스 채프먼이 기록한 105.8마일(약 170.3㎞). 버피 박사가 예상한 200㎞에 도달하면 30㎞가 더 필요하다. 160㎞ 속구를 던지는 투수의 비중이 늘고는 있으나 최고 구속이 비약적으로 치솟는 시기를 가늠하기는 힘들다.

KBO리그 투수들도 많이 찾는 드라이브 라인 설립자 카일 바디도 버피 박사와 상반된 의견을 냈다. 바디는 “지금 투수가 던지는 방법으로 125마일을 기록할 수는 없다. 무언가 새로운 방법으로 던져야 125마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방법이 아니면 125마일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시속 200㎞는 아닐지라도 채프먼이 기록한 시속 170㎞보다 빠른 공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채프먼과 함께 ML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LA 에인절스 벤 조이스, 미네소타 요안 듀란, 오클랜드 메이슨 밀러 등이 채프먼의 기록을 깰 수도 있다. 셋 다 103, 104마일을 던진 적이 있는 20대 투수라 앞으로 더 빠른 공을 던질 확률이 높다.

그런데 구속을 쫓는 게 마냥 정답은 아니다. 투수의 구속 향상과 부상 증가는 정비례 관계다. 매년 팔꿈치 혹은 어깨 수술을 받는 투수가 늘면서 리그 전체가 투수난에 시달린다. 빠른 공을 던지다가 수술대에 오르고 1년 이상 마운드에 설 수 없다면 이를 지양할 필요도 있다.

디 애슬레틱이 내린 결론도 그랬다. 디 애슬테틱은 “미래에는 ML 투수 대다수가 94마일 이상을 던질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좋은 평가를 받는 투수는 106마일을 던지는 투수가 아닌, 다양한 구종을 배합해 속도의 차이를 펼쳐 보이는 투수가 될 것이다. 다양한 팔 각도로 8가지 공을 던지는 세스 루고나 뛰어난 커맨드와 부드러운 투구 폼을 자랑하는 레인저 수아레즈 같은 투수들이 어린 투수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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