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타점과는 인연이 없었다. 지난 42년 역사가 그랬다. 타점왕이 없고 한 시즌 100타점도 7번에 불과하다. LG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2000안타 고지를 점령한 타자가 5명에 달하지만 타점까지 쓸어 담지는 못했다.

올해는 다를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타점 부문 정상을 바라보는 오스틴 딘(31)이 꾸준히 주자를 홈으로 부른다. 지난달 30일까지 69타점으로 120타점 페이스. 타점 부문에서 KIA 최형우(71타점)에 이은 2위다.

2023년 오스틴은 95타점을 기록했다. 한화 노시환(101타점)이 1위, KIA 소크라테스 브리토(96타점)가 2위, 오스틴은 3위였다. LG가 조기에 정규시즌 1위를 확정 지었고 오스틴은 타이틀보다는 한국시리즈를 응시했다. 큰 부상은 없었지만 페넌트레이스 우승이 결정된 후 조절에 들어갔다. 아예 출장하지 않거나 대타로 한 타석만 소화한 경기도 있었다. 9월까지 91타점. 하지만 10월에 치른 10경기에서는 4타점에 그쳤다.

딱히 숫자나 타이틀을 쫓지는 않는다. 그래도 여전히 해결사 구실을 한다. 타고투저 흐름에 맞춰 지난해 23홈런보다 많은 29홈런 페이스. OPS(출루율+장타율)도 지난해 0.893보다 높은 0.915다. 수비와 주루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1루수로서 정확한 판단으로 더블플레이를 만든다. 팀 성향에 맞춰 주루플레이도 적극적이다. 이미 지난해 7개보다 많은 도루 11개를 기록했다.

LG 구단 역사에 없었던 외국인 타자다. 외국인 타자 성공 사례가 많지도 않지만 오스틴처럼 공수주에 두루 능한 이는 정말 없었다. 타격만 보면 최고로 평가받을 수 있는 로베르토 페타지니는 수비와 주루에서는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루이스 히메네스는 타석에서 기복이 심했다. 로베르토 라모스는 첫 해 38개의 아치를 그렸으나 2년차에 급추락했다. 라모스 또한 주루 플레이가 능한 유형은 아니었다.

이제 역사에 도전한다. LG 구단 통산 8번째 100타점을 기대할 수 있다. 페이스를 이어가면 최초 타점왕도 불가능하지 않다. 올해 캠프에서 오스틴은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다. 메이저리그로 돌아갈 수도 있고 일본에서 오퍼가 올 수도 있다. 그래도 지금 내 목표는 한국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이라며 오랫동안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다.

오스틴이 목표를 이루면 LG 외국인 타자 잔혹사도 옛날얘기가 된다. 2군행을 거부하고 이천이 아닌 인천으로 향하고, 1할대 타율로 침묵하며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들지 못한 이들의 기억도 자연스럽게 흘려보낼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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