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 기자] “생각이 너무 많아요.”

두산 허경민이 34세에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 기세다. 페이스가 무시무시하다. 지난해 부진을 말끔히 씻고 있다. 비결이 있다. 키워드는 ‘대충’이다. 이영수 코치 주문이란다.

허경민은 올시즌 75경기, 타율 0.353, 6홈런 4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03을 치고 있다. 스탯티즈 기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3.55를 기록 중이다. 투타 통틀어 팀 내 1위다.

기존 가장 높은 WAR을 기록한 시즌이 2018년이다. 4.23을 만들었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는데 조금씩 근접하고 있다. 이 추세면 5를 넘길 전망이다. 지난 3년간 만족스럽지 못했으나 올시즌 싹 만회하는 중이다.

13일 잠실 삼성전에서는 4타수 4안타를 치며 삼성전 6연패를 끊었다. 노련미가 돋보였다. 8회말이 그랬다. 1사 2,3루 찬스. 마운드에 김대우다.

카운트 0-2 불리한 상황에서 3구째 바깥쪽 흘러 나가는 슬라이더를 밀었다. 중전 적시타. 힘 빼고 ‘툭’ 쳤다. 주자 두 명 모두 득점. 6-4에서 8-4가 됐다. 베테랑답게 코스를 봤고, 노린 대로 결과를 냈다.

허경민은 “내야 전진 수비를 보고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보려고 했다. 바깥쪽 코스가 많기 때문에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맞추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올시즌 페이스가 좋다고 하자 “이거 꼭 써달라”고 운을 뗐다. “이영수 코치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신다. 비시즌부터 많은 대화를 나눴다. 코치님 덕분에 이렇게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내가 타석에서 정말 생각이 많다. 코치님이 ‘대충 쳐라’ 하시더라. 답답한 게 있을 때 오히려 대충 한다는 느낌으로 하면 되는데 그게 안 됐다. 사실 전부터 많이 들은 이야기다. 이영수 코치님의 설명법이 내게 잘 와닿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삼성 타격코치를 지낸 이영수 코치는 2023년 이승엽 감독 부임과 함께 두산에 왔다. 지난해에는 퓨처스 타격을 지도했다. 올해 1군 타격 보조코치로 올라왔다. 허경민에게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덩달아 두산도 힘을 낸다.

야구는 어렵다. 생각이 많으면 더 꼬일 수 있다. 단순하게 갈 필요가 있다. 허경민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은 이영수 코치가 짚어준 셈이다.

그렇게 허경민이 살아났다. 두산도 2위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1위도 포기할 단계가 아니다. 시즌 끝까지 허경민이 잘해줘야 두산도 산다.

허경민은 “시즌 전에는 ‘건강하게 풀 타임’이 목표였다. 부상으로 2주 빠졌다. 올시즌 성공이라 할 수 없다. 잔여 경기 최대한 빠지지 않으려 한다. 그게 목표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시즌 끝난 후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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