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21일 지병인 암으로 별세한 김민기는 ‘아침이슬’의 작곡가로 대중에게 잘 알려졌다.

1951년 전북 익산 출신인 김민기는 경기중, 경기고,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미술과 음악 모두 예술적 기질이 깊었던 그는 서울대 1학년 2학기 때 휴학한 뒤 1970년 초기 대표곡 ‘아침이슬’을 작곡했다. 이후 가수 양희은, 시인 김지하와도 만나며 저변을 넓혀갔다.

김민기의 삶은 평탄치 않았다. ‘아침이슬’ 발표 후 그를 둘러싼 정부 당국의 감시가 심화했고, 1975년 초 유신 반대 운동에서 그가 만든 노래가 불리면서 ‘아침이슬’은 금지곡이 됐다. 솔로 1집은 판매금지 조치를 받았다. 이 결정은 1980년대 전두환 신군부가 들어선 뒤에도 계속됐다. 1987년 6월 항쟁까지 앨범을 발표하지 못했다.

김민기는 대학 졸업 후 교편을 잡지 않고, 막노동과 공장 취업 등으로 생계를 꾸렸다. 1981년 5월, 신군부가 ‘국풍81’ 무대에 김민기를 올리기 위해 회유했으나, 이를 거절하고 농사를 지었다. 가끔 마당극 등을 연출했으나 타인 이름으로 연출했다.

그가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건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0년대였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연출을 담당하며 ‘연출가 김민기’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사비를 털어 1991년 3월 15일, 학전소극장을 개관했다.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 등 걸출한 배우들을 배출했다. 학전 소극장 무대에서 올린 ‘지하철 1호선’은 공연 횟수 4000회, 누적 관객 70만 명을 기록하며 한국 소극장 뮤지컬의 역사에 남았다.

2001년에는 독일과 중국, 일본에서 해외 순회공연도 진행했다. 이 공로로 2007년에 독일문화원에서 수여하는 괴테 메달을 받았다. 한국인으로서는 윤이상과 백남준 이래 세 번째 수상자가 됐다.

대학로 소극장 상징 ‘학전’은 30여 년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을 배출하는 산실이 됐다. ‘모스키토’, ‘의형제’, ‘개똥이’ 등 한글 노랫말이 살아 있는 창작 뮤지컬을 물론 ‘고추장 떡볶이’, ‘우리는 친구다’와 같은 어린이 뮤지컬도 만들며 공연예술 활동에만 주력했다.

‘학전’은 재정난과 김민기의 건강 악화로 개관 33년 만인 지난 3월 15일 폐관했다. 김민기가 남긴 노래와 배우들은 여전히 남아 그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다. 문화예술에 지대한 공을 남긴 그는 지난 2018년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한 바 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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