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준범 기자] 불난 여론에 ‘부채질’한 꼴이다. 대한축구협회(KFA)의 행정, 판단의 난맥상만 재확인했다.

신임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후폭풍’은 여전히 거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스포츠윤리센터가 KFA를 상대로 조사를 예고했다. 뿐만 아니라 KFA의 감사와 해체를 요청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도 등장했다. 청원 일주일 만에 1만5000명이 넘는 사람이 동의했다.

KFA는 지난 22일 공식 채널을 통해 두 개의 게시물을 올렸다.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설명 드립니다’는 내용과 ‘과정 Q&A’다. KFA는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을 공개했다. 전력강화위원회 구성부터 회의 내용과 날짜, 협상 과정을 타임라인으로 밝혔다. 이례적이다.

KFA는 외국인 감독 두 명만 면담을 진행하고 홍 감독과 면담하지 않는 것에 “모든 후보에게 일률적으로 똑같은 걸 묻고 요구하는 방식을 적용하는 게 최선은 아닐 것”이라며 “자료를 잘 준비해 오면 성의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대표팀 감독으로 능력과 경쟁력이 있다는 근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내용의 진위를 떠나 전력강화위에서 활동한 전 국가대표 박주호가 공개적으로 KFA를 저격했을 때 대응과 180도 다르다.

박주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KFA는 곧장 박주호의 비판을 반박하면서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그가 비밀 유지 서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며칠 뒤 KFA는 박주호에 대한 법적 대응을 철회했다. 그리고 입장문을 통해 선임 과정을 낱낱이 공개했다. 앞뒤가 맞지 않은 대처다. 입장을 바꾸고 타임라인을 공개하면서까지 해명해야 했다면 애초 법적 대응은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 ‘내로남불’의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홍 감독은 유럽파 면담을 마치고 25일 귀국, 취임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KFA의 입장문으로 더 나빠진 여론은 홍 감독에게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KFA가 내놓은 해명은 여론을 잠재우기는커녕 불리하게 작용해 왔다. 여론을 바꿀 기회를 놓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감독 선임 과정도 마찬가지다. 복수 축구계 관계자는 “KFA의 문제 대처와 해결 능력이 상당히 결여돼 있다”고 지적한다.

위기관리 능력은 한 단체 또는 기관의 중요한 요소다. KFA는 아마추어까지 총망라하는 한국 축구 최상위 기관이다. 그런데 행정과 판단 능력만 보면 최상위 기관이라고 부르는 게 민망할 정도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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