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정다워 기자] “우진이형이 메시죠.”

한국 양궁의 기둥 김우진(청주시청)은 4일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 브래디 엘리슨(미국)을 슛오프 접전 끝에 세트 점수 6-5로 이기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5세트까지 무승부로 대치하다 마지막 슛오프에서 겨우 4.9㎜ 차이로 김우진이 근소하게 우위를 점하며 극적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엘리슨은 강했다. 김우진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하이라이트는 5세트였다. 김우진은 세 발을 모두 10점에 적중시키며 30점으로 세트를 마감한 채로 엘리슨의 마지막 활을 기다렸다. 엘리슨도 ‘텐텐텐’을 기록하며 김우진과 균형을 맞췄다. 30점을 쏘고도 승자가 나오지 않는 진귀한 장면이 올림픽 무대에서 연출됐다. 말 그대로 한 끗 차이의 승부였다.

경기 후 김우진은 “30점을 먼저 쏘고 나왔기 때문에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엘리슨도 역시 세계적인 선수다. 쉽지 않은 상대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라면서 “슛오프 때도 엘리슨은 10점 중앙을 맞힐 수 있는 선수라 끝까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쉽지 않은 승부였다고 털어놨다.

엘리슨은 미국을 대표하는 궁수다. 1988년생인 그는 2012 런던올림픽에 처음 참가해 단체전 은메달을 따냈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서는 단체전 은메달,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혼성전 동메달에 이어 개인전에서도 메달을 추가했다.

김우진은 “축구에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다면 양궁에는 김우진과 엘리슨이 있다”라는 말로 두 선수가 세계 양궁을 대표하는 인물이라 자평했다. 다만 그는 “사람마다 선호하는 것이 다르다. 누가 메시고 누가 호날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라며 특정하지는 않았다.

4강에서 김우진에 패한 후 동메달결정전에서 승리해 동메달을 따낸 이우석은 과감하게 답을 내놨다. 그는 “그래도 우진이형이 메시가 아닌가 싶다”라면서 “저는 프랑스에 있으니 킬리안 음바페를 하겠다”라고 재치 있게 답했다.

김우진의 벽에 막히기는 했지만 이우석은 자신의 첫 번째 올림픽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올렸다.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개인전 동메달이면 만족할 만한 성적이다. 그는 “가진 모든 것을 끌어내 경기했다. 후련하다. 후회는 없다. 위대한 선수와 붙었고 접전 끝에 패했다”라며 “힘들게 올라온 만큼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다음을 기약하겠다. 한 걸음 나아가는 선수가 되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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