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부상 악재를 극복하고 최고의 업적을 달성했다. ‘셔틀콕 여왕’ 안세영(22·삼성생명)이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세영은 중국의 허빙자오에게 2-0(21-13 21-16)으로 승리했다. 스코어에서 드러나듯 압도적인 경기력이었다. 시종일관 리드를 유지했고 점수차를 벌렸다.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으며 완벽하게 정상에 올랐다. 첫 경기 초반을 제외하면 안세영의 페이스로 결승전이 진행됐다.

이로써 안세영은 만 22세의 어린 나이에 그랜드슬램에 근접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8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10월에는 중국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파리에서도 정상에 서며 단 1년 사이에서 메이저 대회 세 개를 석권하는 무서운 기세로 셔틀콕 여왕의 자리를 지켰다.

부상을 극복하고 만든 금메달이라 더 의미가 크다. 안세영은 항저우에서 무릎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연말에는 단기간에 좋아질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 대신 통증에 적응해 올림픽을 준비하는 극한 상황에 놓였다. 이 때문에 올해 주요 대회에서 주춤하며 불안감을 안기기도 했다.

그래서 더 감격스러운 금메달이다. 안세영은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받은 후 중계방송 인터뷰에서 “드디어 끝났다. 7년의 기다림이 끝나서 행복하다. 꿈을 이룰 수 있어서···또다시 해낼 수 있는 힘이 생겨서 정말 행복하다”고 감격의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결승점이 올라간 순간에 대한 질문에는 “무슨 느낌인지 잘 모르겠더라. 그냥 그 순간 힘들었던 게 다 떠오르면서 감독이 복받쳤다. 다 이겨냈다는 마음으로 가득했다. 7년 동안 참아온 분노, 설움, 그리고 환호가 다 섞여 있었다”고 돌아봤다.

부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낸 것도 회상했다. 안세영은 “올림픽 전에 부상으로 너무 힘들었다.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이렇게 버티고 올라올 수 있었다”며 “도와주신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포기하고 싶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부모님도 힘드셨을텐데 여기까지 오셨다. 딸 응원한다고 여기까지 오셨다”고 말했다.

다음 목적지도 암시했다. 안세영은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앞으로는 스스로 올라서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 다음 챕터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재차 웃었다.

마지막으로 안세영은 자신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얘기에 “정말 수고했다. 이제 숨 좀 쉬고 살자”며 얼마나 치열한 시간을 보냈는지 암시했다.

한편 안세영의 금메달로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은 11번째 금메달을 기록했다. 한국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는 1996 애틀랜타올림픽 방수현 이후 무려 28년 만의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여러모로 의미가 큰 금메달이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