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한국 배드민턴 선수로 28년 만에 올림픽 단신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건 안세영(삼성생명)의 ‘폭탄 발언’ 여파로 다른 메달리스트의 기자회견장 분위기도 뒤숭숭했다.

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메종 드 라 시미에 있는 대한체육회의 코리아하우스에서 시행한 배드민턴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은 축하받는 자리가 되지 못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자리엔 전날 여자 단식 금메달을 거머쥔 안세영이 불참한 가운데 혼합복식 은메달을 따낸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만 참석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안세영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정작 입을 열어야 할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등장하지 않았다.

안세영은 5일 파리에 있는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허빙자오(중국)를 2-0으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한국 배드민턴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건 2008년 베이징 대회 혼합복식 이용대-이효정 이후 16년 만이다. 단식 올림픽 금메달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28년 만이어서 더욱더 값지다.

그러나 그는 우승 직후 스포츠서울을 비롯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내 (무릎)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많이 실망했었다”고 말했다. 이후 안세영이 대표팀의 의료 지원 및 각종 시스템에 불만을 품고 장기간 배드민턴협회와 갈등을 빚어왔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안세영은 자기 발언과 관련한 논란이 커지면서 부담을 느꼈는지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장엔 나타나지 않았다. 워낙 중요한 사안인지라 국내 취재진으로서는 대표팀 동료인 김원호와 정나은에게 관련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원호는 “파트가 나뉘어 있어서 우리는 그런 것을 잘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며 “기사가 많이 나와 분위기가 좋다고 말씀드리지 못할 것 같다. (기자회견에 나오면서) 축하받아야 할 자리인데, 우려스러운 마음이 있긴 했다”고 말했다. 정나은은 아예 “안세영 관련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김원호와 정나은은 이번 대회 은메달을 합작하면서 16년 만에 올림픽 혼합복식 메달리스트가 됐다. 김원호는 “우리 스타일이 일반적인 혼합복식보다 ‘반반 섞어서’ 하는 플레이 위주인데, 일반 대회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많이 보여 올림픽에서는 서로 믿고 확실히 해보자고 했던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 혼합복식 챔피언인 어머니 길영아 삼성생명 감독과 ‘모자 메달리스트’가 돼 더욱더 눈길을 끌었다. 그는 “어머니가 어릴 때 했던 ‘네가 길영아의 아들로 사는 게 아니라 (내가) 김원호의 엄마로 살도록 해야 한다는 걸 기억해 줘서 고맙다. 고생 많았고 면제(병역 혜택) 축하한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전했다.

정나은은 “여자복식과 남자복식 등 모든 종목이 어떻게 훈련해 왔는지 옆에서 지켜봐 왔기에 (함께 메달을 못 따) 슬프고 아쉽다”면서 “이번 올림픽이 끝이 아니니까 대표팀을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안세영은 메달리스트 기자회견 불참 이후 출국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기자회견에 불참한 건 (배드민턴협회가) 대기하라고 했기 때문”이라며 “협회가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지시했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안세영을 비롯해 배드민턴 대표팀은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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