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수영 국가대표 강정은(24·대구달서구청)이 패럴림픽 접영 100m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미 한 획을 그은 선수다. 이번 대회는 ‘도전’이었다.

강정은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수영 여자 접영 100m(S14 등급) 예선에 출전해 1분11초60을 기록했다. 출전선수 16명 가운데 12위다. 상위 8명에게 주어지는 결선 진출권 획득은 실패다.

결과가 아쉽게 됐으나 강정은은 이미 10년 전 한국 장애인 체육계에 큰 획을 그었다. 만 14세의 어린 나이로 최연소 국가대표로 뽑힌 뒤 2014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 2관왕에 오르며 대회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후 강정은은 힘차게 인생의 물살을 헤쳐 나갔다. 2016 리우대회에서 처음으로 패럴림픽 무대에 섰다. 2020 도쿄대회에도 출전해 세계 최고의 장애인 수영 선수들과 경쟁했다.

2024 파리 패럴림픽은 강정은에게 또 다른 도전의 장이었다. 배영이 주종목인 강정은은 접영 종목에서도 패럴림픽 출전권을 땄다. 결선 진출 실패가 아쉬울 뿐이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강정은은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 “접영으로 패럴림픽 무대에 선 건 처음이다. 매우 뜻깊었던 경기다. 도쿄 때는 무관중 경기였다. 오늘은 수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러 색다른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마른기침을 하던 강정은은 “며칠 전 감기에 걸려 제 실력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 후회는 없다. 주 종목인 배영에서 꼭 좋은 성적을 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마운 분을 묻는 말엔 “훈련할 때마다 힘들었는데, 감독님과 코치님이 끝까지 완주해야 한다고 독려해주셨다”며 “지도자분들의 격려가 없었다면 패럴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긴장감을 이겨내기가 가장 어렵다던 강정은은 한국스포츠과학원이 멘탈 관리를 위해 전달한 두 장의 카드를 보여주기도 했다. 카드에는 ‘나는 강정은!’, ‘괜찮아, 나를 믿자’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강정은은 경기 때마다 이 글귀를 되뇌며 긴장을 푼다.

강정은은 지적장애인으로 어머니와 언니 강주은 역시 지적장애 3급이다. 아버지는 경제 활동으로 늦게 퇴근해 고모인 강말순 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강정은은 초등학교 4학년 때 고모를 따라 자택 인근 수영센터에서 수영을 배웠고, 이후 한국 최고의 장애인 수영선수로 성장했다. 언니인 강주은도 대구달서구청 장애인 수영팀에서 활약하는 전문 선수다. 지난해 전국장애인수영대회에서 2관왕에 올랐다.

강정은은 ‘파리에 온 뒤 가족들에게 연락했나’라는 질문에 “시차가 많이 나서 따로 연락하지는 않았다”며 “일단 주 종목 배영 준비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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