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휠체어테니스 남자복식 ‘간판’ 한성봉(39·달성군청)-임호원(26·스포츠토토코리아)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일본을 상대로 준결승 진출을 놓고 다툰다.

한성봉-임호원조는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휠체어테니스 남자복식 2라운드(16강) 니코 랑만-요세프 리글러(오스트리아)조를 세트 스코어 2-0(6-2 6-0)으로 가볍게 눌렀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올해 열린 독일 오픈에서도 복식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페이스가 좋다.

한성봉은 패럴림픽 첫 출전이다. 임호원은 2016 리우-2020 도쿄에 이어 세 번째. 역대로 대한민국 휠체어테니스가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딴 적은 없다. 한성봉-임호원이 사상 첫 메달에 도전한다.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번 대회 8번 시드를 받으며 1라운드(32강)는 경기 없이 통과했다. 2라운드에서 오스트리아조를 만났다. 세계 복식랭킹에서 임호원이 16위, 한성봉이 20위다. 오스트리아는 리글러가 62위, 랑만이 67위. 한성봉-임호원 우세가 예상됐다.

딱 그대로 됐다. 1시간1분 만에 경기를 마쳤다. 임호원이 후방에서 강한 스트로크로 상대를 흔들었다. 좌우 깊숙한 곳으로 찔러 상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앞에는 한성봉이 있다. 적극적인 전진을 통해 네트 앞에서 절묘한 발리와 드롭샷을 잇달아 선보였다. 상대가 이렇다 할 반응도 어려웠다. 강약의 미친 조화다. 오스트리아도 간간이 번뜩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한성봉-임호원이 더 강했다.

1세트 1게임부터 5게임까지 내리 따냈다. 두 게임을 주기는 했으나 8게임에서내리 네 포인트를 따며 세트를 마쳤다. 2세트 들어서는 단 한 게임도 주지 않았다. 깔끔하게 6-0 승리. 그리고 경기를 따냈다.

경기 후 한성봉은 “우리가 계속 연습한 것이 있다. 경기에서 시도하고 있다. 오늘은 두루 잘된 것 같다. 크게 긴장하지 않으면서 좋은 경기력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반이 가장 중요하다. 초반에 집중했다. 잘 풀리면서 경기 내내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됐다. 해야 하는 것들도 잘 풀어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우리가 이번 대회 8번 시드를 받았다. 그 부분이 큰 도움이 된다.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몰랐는데 받게 됐다. 덕분에 1라운드 바로 통과하고 2라운드도 쉽게 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임호원도 “내가 뒤에서 강하게 치고, 앞에서 (한)성봉이 형이 발리와 드롭으로 마무리하는 그림을 그렸다. 우리 작전 가운데 하나다. 패턴이 잘 통한 것 같다. 이 기세 잘 이어가겠다”고 짚었다.

8강 상대는 일본의 오다 도키토-미키 다쿠야조다. 복식 랭킹에서 오다가 3위, 미키가 4위다. 랭킹상 한성봉-임호원조보다 위다. 그렇다고 미리 지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

한성봉은 “랭킹만 보면, 객관적인 전력상 일본이 더 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도 계속 합을 맞추고 있다. 상대에 맞춰서 작전도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 이기겠다. 계속 이겨서 기분 좋게 인터뷰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임호원 또한 “랭킹은 우리보다 높지만, 그게 우리가 진다는 의미는 아니지 않나. 잘 준비해서 붙어보겠다. 차라리 강한 팀을 일찍 만나는 쪽이 낫다”고 말했다.

한편 임호원은 복식에 앞서 열린 단식 2라운드에서는 아쉽게 패했다. 다니엘 카베르자스키(스페인)을 만나 1-2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1세트를 이겼는데 2~3세트를 내리 내줬다. 3세트에서는 타이브레이크까지 갔으나 여기서 1-7로 밀렸다.

여러 차례 붙었던 상대다. 올해 3월 열린 부산오픈에서는 이겼다. 잡을 수 있는 상대라 봤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임호원은 “내가 못했다. 1세트 승리한 후 2세트에서도 내가 앞서다가 뒤집혔다. 3세트도 아쉽다. 결국 내가 흐름을 주도하지 못했다. 밀리는 상황에 처했다. 잘하다가 마무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경기가 무려 2시간54분 진행됐다. 체력 소모가 컸다. 이후 대략 1시간30분 정도 쉬고 복식에 나섰다. 체력이 우려될 법했다.

그러나 임호원은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다”면서도 “체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복식은 형이 체력적으로 많이 부담하는 편이다. 경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웃었다.

한성봉도 “테니스 선수 아닌가. 일반 투어 나가면 두 경기 하고, 다시 또 한 경기 치를 때도 있다. 패럴림픽은 낫다”며 같이 웃음을 보였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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