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SBS ‘궁금한 이야기 Y’ 제작진은 강력 범죄를 다룰 때 조심스럽다. 직접적인 범죄 묘사는 되도록 삼간다. 피해자 혹은 피해자 가족에게 원치 않는 상처가 될 수 있다.
황채영 작가는 “취재했어도 방송에 내지 못하는 자료가 많다”며 “일례로 한 사업장에서 폭언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 스마트폰엔 고용주 욕설이 담긴 녹음파일이 500개나 있었다. 방송에 쓰진 않았다”고 말했다.
아들의 죽음에 내색하지 않던 고인의 아버지는 자신이 자주 가던 낚시터로 갔다. 아내와 다른 자식이 없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오열했다. 극적인 장면이지만, 이 역시 방송에 내지 않았다. 사태를 폭로한단 명목으로 유족에게 방송이 ‘2차 가해’를 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성범죄나 아동학대 사건도 마찬가지다. 얼마든지 자극적인 재연 장면을 삽입해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이 역시 피해자에 대한 제작진의 배려다. 황 작가는 “강력범죄 아이템을 취재하면 잔상이 오래간다. 고인이 꿈에 나오기도 한다”며 “사망 직전 녹음 파일에서 한 멘트가 오랫동안 생각나기도 한다. 그래서 다른 아이템으로 빨리 잊으려 한다”고 말했다.
최근 OTT 등 다큐멘터리는 범죄를 직접적으로 묘사한다. 그만큼 화제성이 크다. ‘궁금한 이야기 Y’는 다르다. 에둘러 간다. 지상파 방송 SBS가 가져야 할 책무이다.
김병길 PD는 “자기검열을 많이 한다. 성범죄 등 강력 사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건 자제한다”며 “시청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바로 알아들을 수 있다. 그런 게 참 어렵다. 한순간에 긴장을 풀면 사고가 난다. 긴장감을 놓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제보자가 가해자인 경우도 있다. 크로스 체킹은 필수적이다. 김 PD는 “제작 PD들에게 주문을 많이 하는 게 제보자가 선의로 제보하지만,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얘기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며 “공정하고 제대로 된 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수고스럽더라도 팩트 확인을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작가는 “하루 이틀만 취재해 보면 거짓말인 게 금방 탄로 난다”고 덧붙였다.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프로그램이 가진 강점이다. 2018년에 작고한 가수 한정선도 ‘궁금한 이야기 Y’를 통해 2016년에 재조명됐다. 인천 부평구 한 공원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는 것이 알려지며, 다시 무대에 서기도 했다.
짐작도 하기 어려운 과거들이 아직도 길가에 지천이다. 김 PD는 “이런 분들은 하루, 이틀 취재로 되진 않는다”며 “과거를 듣고 뒤져보면 상상도 못 하던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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