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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정규리그 우승을 놓친 것에 대해 우리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울산 모비스의 양동근(35)에게는 2년 연속 프로농구 정규리그 MVP에 올랐다는 기쁨보다 손 안에 들어오는 듯했던 정규리그 우승을 놓쳤다는 아쉬움이 더 커보였다.
모비스는 전주 KCC와 나란히 36승18패를 거뒀지만 상대 전적에서 뒤져 정규리그 우승컵을 내줘야 했다. 양동근은 KCC의 전태풍을 한 표차로 밀어내고 MVP에 올랐지만 수상 소감으로 가장 먼저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전하며 2위에 그친 아쉬움을 곱씹었다.
다음은 양동근과의 일문일답.
- 2년 연속 MVP에 올랐는데.
일단 정규리그 우승을 놓친 것에 대해 우리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내가 놓친 한 게임 한게임을 생각해보면 내 자신이 한심스럽다. 선수들에게도 정규리그 우승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기 때문에 내가 실수했던 장면들이 더 생각이 많이 난다.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내가 실책을 많이 했고 나 때문에 진 경기도 많았다. 한 경기만 더 이겼어도 모두가 우승을 맛볼 수 있었는데 그런 경험 못하게 한 것에 대해 형으로서 미안하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더 많이 뛰도록 하겠다. MVP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솔직히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얼떨떨하다. 우승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은데 전태풍이 한 표차로 아깝게 MVP를 놓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도 있다.
- 개인적으로 네 번 째 MVP다. 적지 않은 나이인데 다섯 번째 MVP도 욕심이 나나.
네 번이나 MVP를 받을 거라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열심히 하다보니 이렇게 됐다. 나는 너무 운이 좋은 선수다. 정말로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선수들과 좋은 감독님, 코치님 밑에서 뛰었던 덕분이다. 이런 날이 앞으로 또 올까 생각도 한다. 그렇지만 다시 우승을 해서 내가 아니라 우리 팀 선수가 MVP받는 날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
- 이번 시즌에는 단신 외국인선수 도입 등 제도가 많이 바뀌었는데 그런 변화에 대한 느낌은.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속도도 차이가 났고 스타일도 달라서 적응하는데 힘들었다. 파워나 신체 능력 차이도 컸다. 앞선 선수를 막을 때 우리 선수들이 뒤에서 도와준 것이 큰 도움됐다. 우리나라 단신선수들의 플레이와 다른나라 선수들의 플레이를 비교하면서 볼 수 있었던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충분히 배워야 할 부분도 있고 적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어린 선수들도 그런 경험을 더 많이 하면 좋을 것 같다. 내 경우에는 그런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그나마 아시아선수권에서 중동선수들과 부딪쳐본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어린 선수들은 아시아 뿐만아니라 미국 선수들과도 겨뤄보는 경험을 더 많이 쌓아야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 지난 세 시즌보다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플레이오프는 어떻게 치를 생각인가.
플레이오프는 단기전이기 때문에 팀 분위기가 크게 좌우한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누가 어떤 경기력으로 올라와 4강에 임하는지, 또 어떤 분위기에서 그들을 맞을 지 등 분위기 싸움에서 승패가 갈린다. 예년보다 전력이 약해졌다고들 하는데 보시는대로다. (문)태영이 형도 없고 리카르도 라틀리프도 없다. 그래서 누구도 우리가 정규리그 끝까지 우승을 다툴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운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오프는 진검싸움이지만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 선수들도 그렇게 믿고 있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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