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홍명보 감독. 포르투알레그레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남느냐,떠나느냐. 그것이 문제다.

홍명보 감독이 소속팀 강등을 막지 못하면서 그의 거취가 어떻게 흘러갈 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홍 감독이 이끄는 중국 슈퍼리그(1부) 항저우 뤼청은 지난 30일(한국시간) 끝난 2016 시즌 30라운드 최종전 옌볜과의 홈 경기에서 2-2로 비겼다. 8승8무14패(승점 32)로 올 시즌을 마친 항저우는 1부 총 16개 구단 중 15위에 그쳤다. 슈퍼리그에선 하위 두 팀이 다음 시즌 강등된다. 지난 2007년 1부로 승격했던 항저우는 정확히 10년 만에 2부로 내려가게 됐다.

항저우는 지난 달만 해도 잔류가 유력해보였다. 특히 26라운드에서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올시즌 준우승팀 장쑤 쑤닝을 3-0으로 완파하면서 신바람을 냈다. 그러나 10월 A매치 브레이크 뒤 펼쳐진 마지막 4경기에서 1무3패의 부진에 빠져 1부리그 생존에 실패했다. 반면 26라운드까지 항저우에 6점이나 뒤져 2부 추락이 확실시됐던 이장수 감독의 창춘은 이달 들어 열린 4경기를 모두 이기며 승점 35를 기록하고 다음 시즌에도 1부에서 뛸 수 있게 됐다. 이 감독은 마지막 경기에서 강호 상하이 선화를 1-0으로 이긴 뒤 눈물을 쏟아냈다. 장외룡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충칭과 박태하 감독이 이끄는 옌볜은 각각 8위와 9위란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홍 감독은 지난해 말 항저우와 2년 계약을 체결했다. 23세 이하 대표팀을 데리고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거머쥐는 등 선수 육성 능력이 좋은 홍 감독의 경력은 중국에서 유스시스템이 가장 잘 갖춰진 항저우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특급 용병들을 경쟁적으로 영입하는 중국 프로축구 현실 속에서 유소년 시스템에 의존하는 항저우의 한계는 뚜렷했다. 초반 2승1패로 연착륙하는 듯 했던 항저우는 이후 3무8패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강등권 싸움에 돌입했다. 14~16라운드 3연승으로 반등하는 듯 했으나 결국 살아남지 못했다.

물론 홍 감독이 ‘10년 만의 강등’ 책임을 면할 순 없다. 그도 옌볜전 직후 “모든 책임은 감독인 내게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2부로 내려간 항저우를 잘 정비해 재건하고 싶다는 뉘앙스의 발언도 했다. 홍 감독은 “항저우는 지금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가는 팀이다. 이제 구단과 대화해야 겠지만 난 적극적이다”고 했다. 우선 성적과 별개로 항저우 선수단 내부에선 홍 감독에게 좋은 평가를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감독 측 관계자는 “항저우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현 단장이 홍 감독을 높이 사고 있다”며 “단장이나 선수들은 (감독이)더 가기를 원하고 있다. 홍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작지 않다”고 전했다. 관건은 모기업 뤼청그룹을 이끄는 송웨이핑 구단주의 생각이다. 어쨌든 시즌 도중 취임이 아니라 한 시즌 전체를 맡겼음에도 강등된 만큼 홍 감독 진퇴를 다각도로 논의할 수 있다. 계약기간 2년내 강등시 해임한다는 식의 계약 조건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저우가 홍 감독을 재신임해도 문제다. 중국 프로축구는 최근 ‘축구굴기’ 바람과 맞물려 2부 구단들도 막대한 돈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 2부 우승을 차지해 승격한 텐진 쑹장은 브라질 국가대표 공격수 루이스 파비아누를 전방에 세울 정도였다. 항저우의 내년 목표는 1부 재승격이 될 텐데 지금과 같은 저예산 구조로는 다시 올라가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홍 감독만 악전고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등된 첫 해 승격을 못한다면 지도자로서 또 한 번의 상처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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