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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남산에 오른 대한축구협회 임직원. 맨 왼쪽이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홍명보 전무이사. 정다워기자 we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정다워 기자]2018년은 한국 축구에 중요한 해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대회를 앞두고 있다. 굴곡이 심했던 작년과는 달라야 한다.

2017년은 한국 축구에 시련을 안겼다. 울리 슈틸리케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도중 경질됐다. 바통을 넘겨 받은 신태용 감독은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도 박수 받지 못했다. 거스 히딩크 ‘광풍’에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어려운 시기에 소방수로 등판한 인물은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다. 협회 행정의 수장으로 돌아온 그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홍 전무의 제안으로 협회에 합류한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김 위원장은 연령대 대표팀과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일 외에도 기존 기술위원회가 수행하던 업무까지 수행할 예정이다. 10여 년 동안 홍콩에서 쌓은 노하우를 한국 축구에 이식해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안았다.

두 사람을 비롯한 협회 임직원 80여 명은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월로 안중근의사기념관 앞에 모였다. 새해를 맞아 전 직원이 함께 남산 일대를 등산하며 친목을 다지는 자리였다. 분위기는 밝았다. 홍 전무와 김 위원장은 협회 직원들과 격의 없이 교감하며 약 2시간 15분 동안 산행을 함께했다. 흔히 말하는 ‘윗사람’의 권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자리에 모여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임원들이 아닌 일반 직원들이 맨 앞으로 나왔다. 두 사람은 직원들 틈에 꼈다. 산행이 끝난 후 족발을 먹으며 회포를 풀 때에도 다르지 않았다.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새해를 시작했다.

◇ 홍명보 전무이사 “소통이 중요한 시기”

이날 만난 협회의 한 직원은 “전무께서 직원들을 많이 배려해주시는 것 같다.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내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추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신다. 생각보다 소통이 잘 돼 깜짝 놀랐다”라고 귀띔했다. 홍 전무가 협회 부임 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직원들의 역할이다. 선수, 코치, 연령대 대표팀, 그리고 A대표팀을 거치며 협회의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늘 그렇지만 올해에는 월드컵이 있기 때문에 특히 직원들이 더 잘해줘야 한다. 아직 직원들 얼굴도 잘 모르지만 최대한 빨리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지금 시대는 소통이 중요하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일방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게 아니라 서로의 얘기를 들으며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홍 전무는 직원들에게 허물없이 다가가 말을 거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홍 전무는 “새해를 시작하는 날에 사무실이 아닌 야외에서 스킨십을 해 기분이 좋다. 다들 표정도 밝다. 기분 좋은 시작”이라고 말했다. 다른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홍 전무이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협회 직원들 속으로 들어가려는 고민을 하고 있다. 그가 계속해서 ‘소통’을 화두로 꺼낸 이유다.

◇ 김판곤 감독선임위원장 “변화는 시대의 요구”

지난 달 입국한 김 위원장은 아직 서울 생활에 적응 중이다. 10년 동안 홍콩에 거주했기 때문에 급하게 서울에 집을 구했다. 차도 없어 아직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그 와중에 협회에서 맡은 역할까지 소화해야 한다. 그가 “너무 정신이 없다”며 웃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한 복귀였다. “홍 전무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다. 전화를 받고 나도 깜짝 놀랐다”라고 털어놨다. 그만큼 책임감도 크다. 해외에 체류하면서도 한국 축구의 위기를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김 위원장은 “솔직히 말하면 부담스럽다. 중요한 자리라는 걸 잘 안다. 최선을 다해 돕고 싶다. 나 혼자는 할 수 없다. 팀으로 일하는 것이다.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내가 가진 노하우와 역량을 발휘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가 꺼낸 키워드는 ‘변화’였다. “홍 전무를 비롯한 많은 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금 필요한 건 개혁이다. 변화는 시대의 요구다. 받아들여야 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위원장으로서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할 일이 많다. 지금까지 완벽한 ‘외부인’이었던 그는 한국 축구의 중심으로 들어와 쇄신을 이끌 준비를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어느 때보다 바쁜 연시를 보내는 중이다.

정다워기자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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