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봅슬레이 대표팀 원윤종(왼쪽), 서영우.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몸에 맞는 옷을 선택했을 뿐.”

2018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2인승에 출전하는 원윤종(33)-서영우(27)조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썰매는 라트비아 장인이 만든 BTC썰매다. 그간 평창에서 사용할 썰매를 두고 현대자동차에서 개발한 국산 썰매와 BTC 썰매를 두고 고심해온 이들은 지난주 ‘올림픽 썰매’로 라트비아 BTC를 결정했다.

이 썰매는 원윤종-서영우가 2015~2016시즌 월드컵 세계랭킹 1위를 차지했을 때 탄 썰매다. 현대자동차는 2015년 말 썰매 제작에 나서면서 최첨단 3D설계와 실험으로 국산 썰매를 최초로 개발했다. 썰매 가격은 2억원으로 라트비아산 썰매(1억원)보다 두 배나 비싸다. 다만 주행 중 유연성이 떨어지는 등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사이 현대차는 기술력을 보완해 어느덧 세계 장인이 만드는 썰매 못지않은 품질을 완성했지만 원윤종-서영우는 적응 시간이 부족해 고민에 빠졌다. 현대차 썰매를 타고 세계선수권 등 국제대회에서 성적이 신통치 않은 것도 이들의 고민을 더욱 부채질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이전에 타던 썰매로 갈아타지 않자 훈련비, 외국인 코치 비용 등 연맹 스폰서로 나선 현대차와 의리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연맹과 현대차가 맺은 계약 조항엔 썰매 이용을 강제하는 내용은 전혀 없다. 논란이 오가는 사이 현대차 기술력이 좋아지면서 봅슬레이 대표팀이 ‘올림픽용 썰매’를 두고 고민하는 상황이 됐다.

성연택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사무국장은 23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올림픽 썰매를 결정하는 데) 전적으로 지도자와 선수 의견을 반영했다”며 “몸에 익숙하고 맞는 옷을 입은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용 총감독과 선수들은 지난해 10월부터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수백 번 주행 테스트를 했다. 주행이 끝나면 지도자와 선수가 늦은 밤까지 영상 및 기록 분석을 했다. 성 국장은 “현대차 썰매가 결코 다른 나라 썰매와 비교해서 부족한 게 없다. 실제 기록도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며 “기록의 차이로 썰매 선택이 이뤄진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유란과 김민성이 나서는 여자 2인승 대표팀은 현대차 썰매를 타고 올림픽 무대에 서기로 했다.

연맹은 “현대차는 봅슬레이가 국내에 알려지기 전인 2014년부터 장비 개발과 엔지니어 지원, 썰매 날 지원 등 여러 분야에서 연맹을 도왔다”며 비록 남자 대표팀이 라트비아산 썰매를 선택했으나 앞으로 지속해서 믿음을 갖고 활용할 뜻을 나타냈다.

다만 썰매 선택 시점이 다소 늦었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 시즌 최악의 성적을 거둔 원윤종-서영우는 올 시즌 초반 세 차례 월드컵에서 라트비아산 썰매를 타고 출전해 10위, 13위, 6위를 차지하며 조금씩 회복세를 보였다. 힘겹게 썰매를 선택한 만큼 올림픽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원윤종-서영우다. 성 국장은 “선수들이 오전, 오후, 늦은 저녁까지 트랙 맞춤식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며 “연맹에서 막판까지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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