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정근우
한화 정근우가 6일 잠실 LG전 5회 타석에서 안타치고 출루하고 있다. 2018. 6. 6 잠실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오직 팀만 바라본다. 세 차례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국가대표 2루수로 빼어난 활약을 펼쳤던 커리어를 머릿속에서 지운 채 팀을 위해 헌신한다. 어색한 옷을 입고 그라운드에 오르면서도 전성기 못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한화 베테랑 내야수 정근우(36)가 쉬지 않고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팀승리에 보탬이 됐다.

정근우는 6일 잠실 LG전에 2번 지명타자로 출장해 3타수 2안타 1도루 1타점 1볼넷으로 펄펄 날았다. 두 번째 타석이었던 2회초 2사 만루에서 침착하게 공을 골라 밀어내기 볼넷을 얻었고 세 번째 타석인 5회초에는 중전안타를 날린 후 2루까지 훔쳤다. 그리고 7회초 2루타로 두 타석 연속 득점권 찬스를 만들었다. 테이블세터로서 더할나위 없는 활약을 펼친 정근우는 2루타 후 왼쪽 허벅지에 불편함을 느껴 선수 보호 차원에서 교체됐다. 한화는 정근우의 2루타 후 대타 김회성이 적시타를 날렸고 이어 이성열의 쐐기 투런포가 터져 5-1로 승리했다.

[포토]2루 훔치는 정근우, 수비수는 어디?
한화 정근우가 6일 잠실 LG전 5회 안타치고 출루한 뒤 도루를 감행, 세이프되고 있다. 포수 유강남의 송구가 옆으로 빠지며 2루 수비수가 보이지 않고 있다. 2018. 6. 6 잠실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여러모로 낯선 자리지만 욕심은 예전에 내려놓았다. 지난달 5일 수비 부진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그는 2군에서 절치부심했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주목 받는 자리는 후배들에게 양보한 채 팀에서 원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최선을 다한다. 리그에서 가장 작은 지명타자가 된 정근우는 지난달 29일 대전 NC전부터 이날까지 8연속 경기 출루에 성공했다. 이 기간 타율도 0.379에 달한다.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치고 달리는 것’에 집중하면서 언제나 꾸준히 득점공식을 만들고 있다.

한화 한용덕 감독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출장하는 정근우를 향해 “근우가 최근 지명타자로 나서는데 더그아웃에서 근우만 할 수 있는 역할도 있다. 베테랑으로서 항상 팀에 힘을 불어넣고 동료들을 격려한다”고 정근우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정근우는 최근 한 감독의 요청에 따라 외야수비 훈련까지 소화하며 외야수 출장도 대비 중이다. 2루수로 누구보다 굵직한 커리어를 쌓았지만 18살 어린 고졸신인 정은원에게 자리를 양보한 채 중견수 혹은 우익수 출장을 준비하고 있다. 정근우가 2루수와 외야수를 병행하면서 야수진 전체의 체력안배를 꾀하고 있는 한 감독이다.

정근우는 이날 팀이 승리를 확정짓자 가장 앞선에서 후배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하이파이브를 했다. 경기 후 그는 “어느 포지션에서 출장하든, 어느 타순에 배치되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나보다는 팀을 생각하는 게 베테랑의 역할”이라고 힘줘 말했다. 안타치고 도루하고 홈런도 날리는 KBO리그를 대표해온 ‘작은 거인’ 정근우가 야구인생에 두 번째 장을 열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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