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김영권의 선제골에, 환호하는 대표팀~!
손흥민 등 축구대표팀의 선수들이 27일 오후(현지 시간)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진행된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 독일과의 경기에서 김영권의 선제골에 벤치로 달려가 함께 환호하고있다. 2018.06.27. 카잔(러시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감독 입장에서 교체로 들어간 선수를 바로 빼는 선택을 내리기 쉽지 않다. 자신의 패착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든 기다려 그 선수가 ‘한 건’ 해주기를 기다리기 마련이다. 독일을 상대로 신태용 감독이 후반 11분 황희찬을 투입했다 34분에 빼는 용병술은 그래서 더 돋보였다. 신 감독은 전체적인 수비 밸런스를 고려했던 것 같다. 앞선 후반 33분 독일이 풀백 요슈아 헥토르를 빼고 공격수 율리안 브란트가 넣었기 때문에 수비가 좋은 고요한을 넣어 균형을 잡으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황희찬의 움직임이 돋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실점하지 않고 버티는 게 중요한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작전은 성공했다. 고요한은 측면에서 수비에서 안정감을 보여줬다. 손흥민 한 명만으로도 역습 효율을 극대화했다. 실패하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작전이었지만 원래 축구는 결과로 이야기하는 스포츠다.

지난 대회에 이어 3차전에서 최강자를 만나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4년 전 벨기에와 이번 독일의 차이는 환경이다. 벨기에는 당시 1,2차전을 모두 이겨 16강 진출이 사실상 확실한 상황이었다. 급할 게 없었다. 이미 한국보다 전력 우위에 있으니 차분하게 경기를 운영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독일은 달랐다. 우리를 반드시 이겨야 했다. 골을 못 넣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초조해지는 쪽은 독일이었다. 마누엘 노이어가 공격 진영까지 뛰쳐나온 장면은 독일이 얼마나 급했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신 감독은 수비 밸런스가 깨지지 않는 선에서 공격의 끈을 유지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 같다. 실제로 잘 버틴 한국은 결정적인 기회를 살려 승리했다.

선수들의 의지도 강했다. 물론 지난 대회에서도 선수들이 해보자는 분위기였다. 알제리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해 벨기에전에서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그땐 부담감이 컸다. 이번엔 감독은 물론이고 선수들도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나갔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히려 그래서 더 좋은 결과가 나왔는지도 모른다. 팀으로 싸운다는 느낌도 좋았다. 조현우의 선방이 돋보였지만 그 외에 다른 선수들도 정말 잘했다. 명예 회복에 성공한 김영권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다 했다는 생각이 든다. 4년 전 눈물을 흘렸던 친구들이 또 다른 의미로 우는 모습이 짠하면서도 뿌듯하기도 했다.

모두가 말하는 ‘진작에 잘하지’라는 말보다는 부담과 압박, 스트레스 속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선수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수고한 감독과 코치들에게도 수고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 4년 전 브라질에서 나 역시 실패를 경험했다. 쓰리지만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젊은 코치들도 러시아에서 배운 것들을 발판 삼아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지속하길 바란다.

MBC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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