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주)LG 대표이사 회장
구광모 (주)LG 대표이사 회장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 4세 경영의 첫발을 내딛은 구광모 LG회장이 회장 취임 초반부터 신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구 회장이 눈여겨보는 분야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자율주행차 등 LG 계열사 성장에 밑거름이 될 미래 신사업이다. 특히 강점을 보이는 계열사인 전자와 화학, 통신 등 부문을 중심으로 신성장 사업을 접목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구 회장이 취임이후 처음 투자가 이뤄진 분야는 로봇산업이다. 최근 LG전자는 국내 산업용 로봇제조 전문업체인 로보스타의 지분 30%를 취득해 경영권을 인수, 로봇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투자금액은 약 536억 원이다.

로봇 사업 인수는 앞서 고 구본무 회장 때도 이뤄졌다. 조성진 부회장 지휘아래 LG전자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로봇사업 성장성에 주목하며 관련 사업영역을 확장해왔다. 그는 미래 사업의 한 축으로 ‘로봇 사업’이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신념을 토대로 지난해 5월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인 에스지로보틱스를 시작으로 로보티즈, 에스지로보틱스, 아크릴, 미국 보사노바 로보틱스 등에 투자를 단행했다. 구 회장은 이러한 방향성을 인정하고 취임후 첫 투자로 로봇분야를 선택한 것이다.

로보스타는 LG와 인연이 깊다. 로보스타는 1997년 IMF 외환위기때 단행된 LG그룹 구조조정으로 LG의 옛 계열사인 LG산전 로봇사업부 소속 인력이 회사를 떠났고 이 인력들이 1999년 2월 새롭게 만든 회사다. 모든 산업현장의 공장자동화에 활용되는 로봇인 제조용 로봇과 다양한 공정장비의 기초 장비인 FPD장비, IT 부품(LED, 휴대폰, 모바일 부품 등) 등 3개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중 매출의 70%(지난해 기준)를 로봇 부문에서 올리고 있다. LG전자는 로보스타 제품을 활용해 창원 공장을 비롯해 북미 세탁기 공장을 스마트 공장으로 조성하는 한편 해외 수주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화학 분야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LG화학은 다음 주 이사회에서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현재 제1, 2공장에 이은 제3공장 신설을 위한 투자 계획을 결정한다. 새로 짓는 제3공장에서는 석유화학 기초 설비인 나프타분해시설(NCC),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신공장에 투입되는 비용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2조원 안팎이 투자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한 중국 난징에 배터리 공장도 추가로 짓는다. 이 공장 설립에는 무려 20억달러(한화 약 2조2600억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이는 연간 50만대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규모다.

배터리, 석유화학 산업은 호황과 불황 사이클을 분명히 타며 국제 유가와 환율 등 외부 요인에 의한 리스크가 높은 분야인 점을 고려할 때 두 분야에 고루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과감한 결단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LG화학은 그룹내 안정적 수익원을 내는 계열사 중 한 곳으로 특히 석유화학사업은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영업이익의 97%를 차지한다. 이번 LG화학의 추가 공장 건설은 잘하는 곳에 더욱 몸집을 키워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더 벌려놓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배터리 분야도 마찬가지로 중국 난징에 배터리 2공장을 짓게 되면 소형·전기차·ESS용 배터리 생산하는 1공장과 함께 EV 배터리 생산량을 끌어 올리는 데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제 2공장은 오는 10월 착공해 내년 10월 본격적으로 제품을 양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량은 오는 2023년까지 연간 32GWh(기가와트시)를 목표로 단계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LG화학은 국내외에서 18GWh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고려할 때 비교적 공격적인 규모의 증설이 이뤄지는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 회장은 잘하는 계열사 위주의 과감한 투자와 인수 합병 등을 통해 성장동력을 키우고 있다”며 “LG유플러스의 경우 하현회 부회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낙점해 그에게 굵직한 이슈를 믿고 맡겼다. LG디스플레이,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부문 등 적자를 보이는 사업 개선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다. 향후 인사와 조직개편 방향은 그룹 전반의 시너지 창출을 내는 한편 미래 먹거리 사업을 키우는 쪽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고 말했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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