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女배구, 카자흐스탄 상대로 손쉬운 승리
2018 아시안게임 여자배구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경기가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배구장에서 열렸다. 자카르타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미투 운동’이 터졌을 때 체육계는 화들짝 놀랐다. 여성에 대한 성적 가해가 어느 분야보다 심하다는 사실을 체육계 스스로가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성적 가해는 솔직히 체육의 어두운 치부를 드러내는 ‘화약고’나 다름없다는 게 체육계 안팎의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체육계의 ‘미투 운동’의 불길은 예상과 달리 잠잠했다. 이러한 현상은 그만큼 여성 체육인에 대한 성폭력 문제가 구조적으로 뿌리가 깊고 왜곡된 성의식에 대한 잘못된 관행과 관성적 사고가 팽배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번 여자배구 대표팀의 성추문을 계기로 한국 체육계의 뿌리깊은 남성중심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아직 여자배구 대표팀의 성추문 사건은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 하겠지만 사안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추악한 사건이,한국 스포츠의 요람인 진천선수촌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은 한국 체육의 부끄러운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주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국내 여성 스포츠 문화는 남성 스포츠에 견줘 시대적으로 한참 뒤처져 있는 게 사실이다. 여성 스포츠는 섬세한 여성의 감성을 이해하고 남성과의 신체적 차이를 인정하면서 접근해야하는 게 옳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 스포츠의 바람직한 지향점은 남성 지도자가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 탓인지 여전히 무시되고 있다. 국내 여성 스포츠계는 대다수의 남성 지도자가 주도한 ‘마초 문화’가 지배하고 있다. 남성 중심의 ‘마초 문화’는 자연스럽게 여성에 대한 몰이해와 비하를 수반하며,이러한 현상들은 스포츠활동에 따른 남녀의 사회적 권력관계 재편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왜곡돼 나타난다. 시대에 역행하는 전근대적인 여성 스포츠관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잠재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체육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뿌리뽑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체육의 독특한 환경과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하는 조직문화가 결정적이다. 여성은 스포츠의 당당한 주체지만 한국에선 그렇지 못하다. 여성의 스포츠 활동 참여가 현격히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는 여기서 비롯된다. 여성 체육인들은 남성 우월주의에 경도된 지도자와 수평적 관계가 아닌 수직적 위계질서에 편입되면서 남성의 권력과 권위에 종속되는 서글픈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여기에 유교 문화권의 오랜 전통탓에 지도자의 불합리한 지시와 훈육에도 자율적 주체로서 당당하게 문제를 제기하지도 못한다.

권위적인 남성 지도자와 나약한 여성 선수의 관계는 주-종의 권력관계로 확대되고 있는 게 한국 여성 스포츠의 비극적 모순구조다. 선수와 지도자의 수직적 위계질서는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데도 걸림돌이 되곤 한다. 피해를 당한 여성 선수들은 남성의 권력에 짓눌려 진실의 뒤편으로 숨어버리는 습성이 버릇이 됐다. 설상가상,때론 피해를 입은 여성이 가해자인 남성 지도자들을 감싸는 비극적인 일도 생기곤 한다. 여성 선수에게 깊은 상처를 입힌 남성 지도자는 왜곡된 사회가 잉태한 관성에 따라 지위를 유지하며 오히려 체육계에서 굳건한 뿌리를 내리는 부조리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진실과 정의를 위해 당당히 나설 수 있는 여성의 주체성 회복이 절실하다. 그게 고쳐지지 않으면 한국 여성 스포츠의 미래는 어둡다.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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