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박동혁
박동혁 아산 무궁화 감독이 지난 21일 성남FC전 승리 후 홈 관중을 향해 손뼉을 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제 ‘우승’밖에 없어요.”

프로 1군 감독 데뷔 첫해 우승을 코앞에 두고도 ‘실직 위기’에 놓인 박동혁(39) 아산무궁화 감독은 씁쓸하게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박 감독은 25일 본지와 통화에서 “나와 우리 선수들은 지난 동계전지훈련서부터 우승을 목표로 했고 그 마음은 여전하다. 일단 우승을 해야 1%라도 희망이 더 생기지 않겠느냐”고 했다.

경찰청의 선수 수급 중단 결정으로 아산 구단은 존폐 위기에 몰렸다. 전역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내년엔 아산에 14명의 선수만 잔류하게 돼 규정상 K리그 참가가 불가능하다. 프로 소속 선수의 경기력 유지 목적으로 운영한 팀인 만큼 잔류 선수의 미래는 그야말로 불투명하다. 지난해 수석코치를 거쳐 올 시즌 첫 1군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아산은 흔들림 없이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리그 잔여 3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18승9무6패(승점 63)로 2위 성남FC(승점 56)에 승점 7이 앞서 있다. 27일 오후 3시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서울이랜드와 34라운드에서 이기면 자력 우승을 확정한다. 올 시즌 아산은 서울이랜드와 세 차례 맞대결에서 2승1무로 앞서 있다.

박 감독은 “오늘도 평소처럼 훈련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 표정 하나로 선수단 분위기가 왔다 갔다 할 수 있기에 최대한 감정 표현을 안하고 있다”며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하는 것 이상으로 잘 뭉쳐주고 따라와주고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주장 민상기를 중심으로 선수 사이에서도 “우승을 하고 희망을 걸자”고 입을 모은단다. 박 감독이 감독 데뷔 첫해 호성적을 이끈 건 동기부여가 다른 팀보다 적은 군 팀 소속 선수와 신뢰를 구축하고 목표의식을 뚜렷하게 만든 덕분이다. 대체로 군 팀에 온 선수들은 몸을 아끼고 부상을 피하면서 건강하게 전역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그럼에도 아산은 소속팀 이상의 경쟁 구도가 형성돼 있다. 수석코치 때부터 팀의 특성을 파악한 박 감독의 리더십이 빛나고 있다. 그는 “군 팀은 대체로 선발진이 어느 정도 확정돼 있는데 난 처음부터 모든 선수에게 기회를 줬다. 습관적인 실수가 있어도 질책보다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했다.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이 더 뛰고 싶은 마음을 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반면 팀 조직에서 어긋난 행동을 하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이게 감독과 선수의 신뢰를 더 깊게 한 원동력이 됐다.

아산은 서울이랜드전에서 우승을 확정하고 남은 2경기에서 또다른 미래를 보여주고자 한다. 박 감독은 “통화하기 전에도 전역한 일부 선수가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라.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끝까지 희망을 쫓겠다. 지켜봐달라”고 호소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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