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체티노-손흥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가운데) 토트넘 감독이 4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턴 몰리뉴스타디움에서 끝난 울버햄턴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원정 경기를 마친 뒤 손흥민 재교체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경기 후 정중하게 인터뷰를 거절한 뒤 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가는 손흥민. 울버햄턴 | 장영민통신원

[울버햄턴=스포츠서울 장영민통신원·김용일기자]“이틀 전에 90분 뛴 손흥민보다 체력 부담이 덜한 선수를 투입한 것 뿐이다. 문제 될 게 있느냐.”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의 선택을 두고 국내 축구 팬은 분노했고, 영국 언론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결과적으로 포체티노 감독의 말은 수학적 사고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심리적 요인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끼치는 종목 특성상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무조건 비난의 화살을 겨눌 건 아니다. 선수 기용은 감독의 권한이다.

토트넘 손흥민(26)이 교체로 들어가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도 다시 교체로 물러나는 이례적인 경험을 했다. 사흘 전 리그컵 16강 웨스트햄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침묵에서 벗어난 그는 4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턴 몰리뉴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1라운드 울버햄턴 원정 경기에서 교체 명단에 포함됐다. 포체티노 감독은 7일 PSV에인트호번(네덜란드)과 유럽 챔피언스리그 홈경기를 대비해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공격진에 에릭 라멜라~해리 케인~루카스 모우라를 선발로 내세웠고 무사 시소코, 해리 윙크스, 무사 뎀벨레를 2선에 포진시켰다. 그러나 뎀벨레가 킥오프 7분 만에 부상을 입어 손흥민이 ‘긴급 투입’됐다. 혹사논란에 시달린 뒤 로테이션을 통해 한 경기씩 거르면서 컨디션을 조절한 손흥민이 모처럼 2경기 연속으로 그라운드를 밟는 순간이었다. EPL은 3경기 만에 출전이다.

갑자기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손흥민은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전반 27분 시즌 2호이자 리그 1호 도움까지 기록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라멜라가 중앙에 있던 손흥민과 원투 패스를 시도, 손흥민이 정확하게 라멜라의 동선에 맞춰 전진 패스를 넣었다. 라멜라가 골키퍼 가랑이 사이를 통과하는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기세를 올린 토트넘은 3분 뒤 모우라가 문전 헤딩 추가골을 성공하며 앞서갔다. 그런데 후반 13분 의문의 상황이 발생했다.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을 다시 벤치로 불러들이고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투입했다. 흔히 교체 투입 자원이 다시 교체로 물러나는 건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손흥민에겐 매우 굴욕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벤치로 물러나는 손흥민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 포체티노 감독에게 별다른 불만의 표시는 없었으나 매우 자존심이 상할 법했다. 팀 일부 동료가 독려하기도 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후 ‘손흥민 재교체’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지난 월요일과 수요일 연속으로 경기했다. 손흥민은 수요일(웨스트햄전)에 풀타임을 뛰었다”며 “오늘은 (지난 경기를 뛰지 않은)라멜라, 모우라, 케인이 나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은 뎀벨레의 부상으로 (긴급하게)투입됐다. 이후 손흥민보다 더 (체력적으로) 부담이 없는 선수(에릭센)를 투입한 것뿐이다. 문제 될 게 있느냐.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토트넘이 주중, 주말로 빡빡한 경기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린 가운데 PSV와 홈경기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의 말대로 손흥민의 체력안배를 위한 교체로 볼 순 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선수의 사기를 꺾는 행위다. 영국 ‘가디언’지도 이날 손흥민의 교체 상황을 조명하며 ‘누구도 그러한 장면을 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손흥민의 쓰라린 마음은 경기 후에도 느껴졌다. 평소 어떤 상황에서도 한국 미디어와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남을 거르지 않았는데 이날만큼은 정중하게 인터뷰를 거절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물러난 뒤 케인의 쐐기골이 터졌지만 막판 페널티킥으로 두 골을 내준 끝에 3-2로 어렵게 이겼다. 8승(3패)째를 거두며 승점 24를 기록하며 3위 첼시(승점 24)에 골득실이 뒤진 4위로 도약했으나 손흥민의 교체 장면은 ‘옥에 티’로 남았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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