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스포츠서울 이주상기자] 2019년 새해가 밝았다. 나이도 한 살 더 먹게 됐다. 반려견의 나이는 사람의 일생과 비교했을 때 태어나 1년이 되면 16살 정도가 된다. 태어났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첫돌을 맞지만 사람 나이로 치면 1년 만에 어엿한 청소년으로 자라는 셈이다. 2년이 되면 혼사를 바라볼 수 있는 24살 청년이 되어 중·장년기를 바라보는 나이가 된다. 빨리 어른이 되는 것은 동물의 세계에서 중요할 지도 모른다. 적자생존에 따라 빨리 환경에 적응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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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반려견의 나이를 비교한 도표. 일러스트레이션 | 김정택 기자 taxi@sportsseoul.com

현대 사회에서 인간과 함께 살게 된 반려견은 배고픔과 춥고 더운 날씨, 종족번식 등을 인간의 도움으로 극복했다. 수명도 늘어났다. 반려견에게 인간을 친구로 선택한 것은 성공적인 진화 방식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자신들의 병을 고칠 수도 있다는 것을 반려견들은 이미 알고 있었을 지 모른다. 이제 반려견에게 반려인은 동료를 넘어 친족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반려견은 생후 2년부터 체중에 따라(소형견, 중형견, 대형견 등) 인간의 나이로 치면 해마다 5~7살 씩 먹게 된다. 반려견의 나이가 14살이 되면 소형견의 경우는 약 84살, 중형견은 96살, 대형견은 108살이 된다. 요즘 반려견은 보호자가 잘 먹이고, 잘 씻기고,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면 충분히 14년을 생존할 수 있다.

고양이의 경우는 집고양이와 길고양이에 따라 나이를 다르게 계산한다. 환경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집고양이는 2년까지 24살, 그 후부터 1년마다 4~5살씩 먹는 것으로 계산한다. 하지만 길고양이는 8살씩 먹는 것으로 계산한다. 그만큼 길고양이는 사는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평균수명도 2~3년으로 줄어든다. 사람보다 훨씬 짧은 세월을 살기 때문에 반려동물 보호자는 반려동물의 건강에 대해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은 예방접종과 구충예방을 철저히 하고, 좋은 사료만을 주며, 산책을 자주하는 것이 최선이다.

반려동물의 늙은 모습은 사람의 늙은 모습과 다르다. 사람은 얼굴이나 손만 봐도 나이를 단박에 짐작할 수 있지만 반려동물은 털이나 피부의 상태, 행동반경, 운동량 등의 모습에서 나이가 들었음을 알 수 있다. 얼굴만 봐서는 반려동물의 나이를 알 수 없다. 반려동물도 나이가 들면 사람처럼 퇴행성 및 진행성 질환에 걸리게 마련이다. 바로 관절염, 신장병, 신장병, 호르몬 질병 등이다. 사람은 어디가 안 좋은 것 같다고 말이라도 할 수 있지만 반려동물은 아프다는 말을 못하기 때문에 질병을 보호자가 미리 알아채고 예방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주기적인 건강검진이 필요하다.

최근 한 반려동물 메디컬 센터에 입원한 13살 고양이는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전염성 복막염 질병을 앓고 있었다. 이 질병이 복수나 흉수가 차는 양상으로 변화하면 수명이 한 달 밖에 안 남았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이 아이는 8개월 넘게 살고 있었다. 흉수가 차 있는데도 호흡하는데 아주 큰 곤란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노화가 오히려 질병의 변화 속도를 늦추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도도한(?) 고양이답게 자신이 중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냥 보면 어떤 질병인지, 몇 살인지 잘 알 수 없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아픈 척을 안 하려는 고양이를 지켜보는 것은 안쓰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이처럼 생로병사는 사람에게나 반려동물에게나 똑같다.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음도 똑같다. 반려동물은 나이가 어렸을 때나, 늙었을 때나 변함없이 보호자의 사랑을 원한다. 그래서 늙은 모습을 찾기 어려운 지도 모른다. 사람이 누구를 사랑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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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세마리의 친구처럼 보이지만 어엿한 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반려견 가족이다. 오른쪽이 아빠인 웅이고, 완쪽 위가 웅이의 아내인 설이, 왼쪽 아래가 아들인 봄이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병원을 방문하면 동물들은 알콜 냄새와 이미 병원을 다녀간 동료들의 냄새를 느끼며 이곳이 병원인 것을 금방 알아챈다. 낯선 사람들을 만나 반항을 하지만 수의사에게서 나는 수많은 비슷한 종족의 냄새와 인간의 냄새를 맡으면 이내 고분고분해지기 마련이다. 반려동물에게 보호자의 하루가 5일일 수도 있다. 하루가 24시간이므로 반려견에게는 4.8시간이 하루인 셈이다. 너무 단순하게 시간을 대입했다고 할 수 있지만 보호자는 같은 시간대에 반려동물과 살고 있지 않음을 항상 인식해야 한다. 동물들의 시간은 항상 사람보다 빠르다. 건강검진도 나이가 들면 최소 6개월에 한 번씩 하는 것이 좋다. 6개월을 사람에게 대입하면 최소 2~3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동물병원에서 7살 이상인 강아지와 고양이를 검진해보면 지병이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심장병, 신장병, 당뇨병, 간담도병, 염증성장질환 등 난치성 질병을 안고 사는 경우가 많다. 노령의 반려동물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그들에게는 치료보다 보호자가 언제 올지 기다리는 마음이 먼저라고 한다. 기다림이 일상이 되어도, 병마가 반려동물을 힘들게 해도 항상 주인을 그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의 마음은 항상 보호자를 향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늙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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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 김정택기자 taxi@sportsseoul.com자문 | 우리동물 메디컬센터 김하국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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