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성
‘낚시꾼 스윙’으로 유명한 최호성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데뷔를 앞두고 현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 | KPGA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낚시꾼 스윙’으로 불리는 독특한 피니시 동작을 가진 최호성(46)이 미국프로골프(PGA) 무대를 강타하고 있다. 공식 경기를 치르기도 전에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PGA 투어 공식 홈페이지는 6일(한국시간) 최호성을 집중 조명하며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낚시꾼 스윙이 탄생한 배경에 굴곡진 삶이 녹아 들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포항 출신인 최호성은 알려진 대로 가정 형편 탓에 병원이 아닌 집에서 태어났다. 수산고 재학 시절 참치 해체 실습을 하다 오른 엄지 첫 마디를 잃었고 23세 때 경기도 안양의 골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잡지를 보면서 독학으로 골프를 익힌 이력도 소개했다. 최호성은 “떨어지는 유연성을 보완하려면 동작이 큰 스윙을 해야만 비거리를 좀 더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치고 나서 더 큰 동작을 통해 비거리를 만들 수 있는 훈련을 하다 보니 지금의 스윙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임팩트 이후 피니시까지 가는 동작이 일반적인 골프 스윙과 다르다. 공이 날아가는 방향에 따라 몸을 이리저리 뒤트는 독특한 동작 덕분에 ‘낚시꾼 스윙’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타이거 우즈나 로리 매킬로이 등 세계적인 골퍼들이 최호성의 스윙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것도 정석과 다른 독특함 때문이다.

양준혁
KBO리그에서 타격에 관한 각종 기록을 경신했던 양준혁 MBC스포츠+ 해설위원도 정석과 거리가 있는 ‘만세타법’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스포츠서울 DB)

이른바 ‘만세 타법’으로 한국프로야구(KBO리그)의 각종 타격 기록을 갈아치운 양준혁(MBC스포츠+ 해설위원)도 그랬다. 임팩트 이후 왼손을 배트에서 떼고 만세를 부르듯 번쩍 들어올리는 그의 타격폼을 두고 여러 얘기가 나왔다. 그의 독특한 타격폼은 2002년 슬럼프 이후 완성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1993년 삼성에서 데뷔했을 때부터 힘을 쓸 때마다 나오던 모습이다. 당시 많은 지도자들이 “양준혁의 타격폼을 따라하면 망한다”고 평가절하했는데 훗날 조인성(현 두산 코치), 박용택(LG) 등이 떨어진 유연성을 보완해 비거리를 늘리려는 목적으로 따라해 눈길을 끌었다. 양준혁은 떨어지는 유연성과 순발력을 동시에 보완해 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수없는 연구 끝에 만세타법을 만들었다. 양준혁 덕분에 ‘타격폼에 정석은 없다’는 얘기가 일반화 됐다.

최호성도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근력과 유연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최호성은 오른 엄지가 짧아 임팩트 이후 클럽을 타깃방향으로 던질 때 채를 잡아주는 악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다운 스윙 때에도 상대적으로 오른손에 힘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클럽의 회전력을 제어하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임팩트 이후 채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하이 피니시로 이어진다. 오른손을 강하게 쓰고 하이 피니시로 이어지면 훅 구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조정하기 위해 어드레스 할 때부터 타깃보다 오른쪽으로 서서 스윙을 하는 독특한 습관이 생겼다.

최호성
최호성 특유의 낚시꾼 스윙. 사진출처=신한오픈 홈페이지

성인이 된 이후 골프를 시작해 유년기부터 시작한 골퍼에 비해 유연성이 떨어진다. 임팩트 이후 폴로스루 동작 때 오른발이 지면에서 떨어지는 이유다. 왼다리에 구축한 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왼 무릎을 굽힌 상태로 최대한 버티려다 보니 상하체 밸런스가 무너져 춤을 추는 듯한 동작이 나온다. 정석에 가까운 폼을 유지하는 선수들도 스윙할 때 상하체 밸런스가 무너지면 피니시 동작 때 몸이 출렁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최호성은 정형화 된 폼 대신 스스로 가장 편안한 스윙으로 타구 방향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방법을 깨우친 셈이다.

최호성은 오는 7일(한국시각) 개막하는 AT&T 페블 비치 프로암 대회를 통해 미국 무대에 처음 나선다. 초청 선수로 출전하는데 헐리우드 배우 크리스 오도넬과 미국프로풋볼(NFL) 그린베이 패커스의 쿼터백 애런 로저스와 동반 라운드를 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골프 폼에 정석은 없다’는 최호성의 필링(feeling swing) 스윙이 교습가들의 오랜 관습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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