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탄코트
NC 크리스티안 베탄코트. 사진제공 | NC 다이노스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투수들하고 열심히 사인을 맞춰보고 있다.”

지난 15일 SK와 경기를 앞둔 NC 외국인 타자 크리스티안 베탄코트는 분주했다. 코칭스태프로부터 포수 출전을 지시받았기 때문이다. 시즌 첫 포수 출전인만큼 베탄코트는 라커룸에서 선발 투수 유원상 및 다른 투수들과 볼배합에 관한 사인을 맞추는 등 바쁜 시간을 보냈다. 경기 전 취재진이 요청한 인터뷰도 정중히 거절할 정도로 베탄코트는 경기에서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만전을 기했다.

베탄코트의 주 포지션은 포수다.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 가장 많이 소화한 포지션이다. 그만큼 익숙하다. NC도 베탄코트를 영입할 때부터 포수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이동욱 감독은 “양의지가 144경기를 다 소화할 수 없다. 베탄코트를 포함해 토종 포수들이 양의지의 짐을 덜어줄 것”이라며 정규 시즌에서도 베탄코트를 포수로 기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탄코트는 스프링 캠프에서 포수 훈련을 소화하며 연습 경기에서 여러 투수들과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시즌 개막전부터 주축 선수들이 줄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베탄코트는 멀티플레이어 능력을 발휘해야 했다. 포수가 아닌 우익수, 1루수를 번갈아가며 볼 수 밖에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서 하는 수비는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15일까지 5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특히 플라이볼 처리에서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수비에서 부담이 가중되니 공격도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다. 악순환이 반복됐다.

줄부상으로 팀 사정이 좋진 않았지만 이 감독은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베탄코트의 포수 기용을 결정했다. 최근 주전 포수 양의지의 몸상태가 썩 좋지 않았고 코칭스태프와 상의 끝에 15일 SK전에 기용하기로 최종 결단을 내렸다. 이 감독은 “베탄코트가 최근 포수 훈련을 소화했고 유원상과도 캠프에서 배터리 호흡을 맞춘적이 있다. 큰 무리없이 포수 포지션을 소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앞으로도 포수로 나갈 것이기 때문에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상황에 따라 포수로 내보낼 것”이라며 베탄코트의 포수 기용이 단발성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기대 반 걱정 반 속에 포수 마스크를 낀 베탄코트는 예상보다 훨씬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프레이밍과 블로킹도 깔끔했다. 경기 전 짧은 시간 합을 맞춘 것 치고 투수들과 호흡에 큰 문제점을 보이지 않았다. 왜 포수가 자신의 주 포지션인지를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여실히 보여줬다. 수비 고민이 사라지니 공격에서도 활약이 이어졌다. 김광현을 상대로 1타점 적시타를 뽑아냈다.

포수의 가장 큰 덕목인 안정감을 뽐낸 만큼 앞으로 포수 마스크를 낀 베탄코트의 모습을 더욱 자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안정감 있는 수비를 바탕으로 공격에서도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금상첨화다. 이제야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베탄코트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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