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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라이어 윤지나 대표. 2년전 국내에서 처음으로 여성전문 골프웨어 페어라이어를 론칭했다.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바로 내가 입고 싶은 골프웨어를 만들고자 했다. 소비자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더라.”

최근 여자골퍼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국내 첫 여성전문 골프웨어 브랜드 페어라이어(fairliar) 윤지나(32) 대표에게 돌풍의 비결을 묻자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복잡한 경제 용어로 포장하지 않아도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고 싶었다”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페어라이어는 지난 9월 28일 핫플레이스인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근처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윤 대표는 이날 고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도 방문객이 적지는 않을까 마음을 졸였다. 하지만 그의 걱정과 달리 오픈 시간 전부터 길게 줄을 서는 등 문전성시를 이룬 덕분에 오픈 행사는 대성공으로 마무리됐다. 윤 대표는 “온라인 위주로 판매하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처음 시도해보는 도전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페어라이어를 사랑해주는 마니아층 덕분에 성공적으로 닻을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옮겨간 유명세

페어라이어라는 브랜드를 골프를 치는 주류인 남성들은 잘 모른다. 다른 브랜드와 달리 오로지 30%에 불과한 여성골퍼들만을 타깃으로 하는 국내 첫 여성전문 골프웨어이기 때문이다. 2017년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주변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2년 만에 상황은 180도 돌변했다. 2017년 온라인 판매로 시작한 페어라이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백화점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유명세를 타더니 지난해 12월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입점했고 현재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도 오픈을 앞두고 있다. 입소문을 통해 어느새 여성골퍼라면 누구나 다 아는 유명 브랜드로 자림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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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나 대표는 몇년이 지나도 어색하지 않아 언제든 꺼내 입을 수 있는 유행을 타지 않는 골프웨어를 만들겠다는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디자인에 반영한다.

윤지나 대표는 캐나다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덕분에 일찍부터 골프를 접했다. 대학 졸업 뒤 국내 회계법인에서 일을 하기도 했지만 의류 쪽에 관심이 많아 온라인 의류 판매에 뛰어들면서 인생 항로에 변화가 생겼다. 몇년에 걸쳐 온라인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시장에 터를 닦은 윤 대표는 2년 전 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전문 골프웨어 페어라이어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골프를 좋아하는데 돈을 주고 사서 입을만한 골프웨어가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아예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내가 만들어보겠다”는 무모했던 생각이 소비자들로부터 공감을 얻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다른 골프웨어와 달리 오프라인 매장도 없었고 연예인 모델도 쓰지 않았다. 변변한 광고도 한 번 하지 않았지만 젊은 여성들의 입맛에 맞는 골프웨어가 없었다는 윤 대표의 판단은 적중했다. 우아하고 클래식한 옷에 젊은 여성들의 감성을 사로잡을 수 있는 컬러와 디자인을 입혔다. 예뻐지고 싶은 여성심리를 교묘하게 활용해 ‘온라인 마케팅으론 성공할 수 없다’는 골프업계 속설을 무너트렸다. 페어라이어를 경험한 젊은 여성들이 각자의 SNS에 인증샷을 올리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급성장했다. 덕분에 “온라인에서 페어라이어는 그 어떤 메이저 브랜드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말까지 돌았다.

◇질 좋은 제품 소량 생산, 체인점은 NO

온라인에서의 유명세를 타자 오프라인 쪽에서 먼저 손짓을 했다. 신세계, 현대 등 유명 백화점의 요청으로 정기적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게 됐고 고객층도 젊은 여성은 물론 중년 여성들까지 확대됐다. 윤 대표는 유통 마진을 줄여 소재나 기능성에 충실하면서 가격적인 면에서도 ‘골프웨어는 비싸다’는 편견을 허물어버렸다. 여기에 페어라이어는 100%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다. 꼼꼼한 여성 고객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윤 대표는 “무엇보다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것도 페어라이어의 장점이다. 몇년이 지나도 어색하지 않아 언제든 꺼내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자 했다. 또 페어라이어의 모든 제품은 하나의 제품군처럼 엮여 있어서 어떤 옷이라도 겹쳐 입거나 매치할 수 있다. 내가 여성이다보니 여성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섬세한 부분을 반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부심이 대단하다.

요즘 주변에서는 체인점 사업을 권유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윤 대표의 생각은 단호하다. “좋은 제품을 소량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체인점 사업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 대신 메이저시티 위주로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엔 남성 골프웨어도 출시해보겠다는 계획을 슬며시 내비쳤다. 재미난 것은 고객이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점. 페어라이어 매장을 찾은 여성 고객들이 ‘내 남자에게 입히고 싶은 옷을 골라가게 하겠다’는 것이 포인트다. 분명 새로운 도전이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여성의 마음을 공략한다는 전략엔 변함이 없다. 윤 대표 또한 한 남자의 아내, 이번에도 예사롭지 않은 바람이 불 것 같다.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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