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대한축구협회(KFA)가 나이키와 12년간 2400억원의 초대형 재계약을 맺었다. KFA와 나이키는 2031년까지 동행한다. 1996년 이후 무려 35년간 인연을 이어가는 셈이다.
이번 재계약은 ‘파격’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만큼 KFA 쪽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성사됐다. 지난 2012년 8년 재계약할 당시 조건은 연간 150억원씩 총 1200억원이었다. 이번엔 연간 50억원 상승했다. 재계약 기간도 12년에 달하기 때문에 KFA는 당분간 공식 용품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계약기간이 너무 길고, 상승폭도 크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 그럴 듯한 목소리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오해가 낳은 시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2년이 너무 길다?장기계약이 나중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의견에는 일리가 있다. 예를 들어, 몇 년 후 축구대표팀 인기가 지금보다 훨씬 올라간다 해도 KFA가 지금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찾을 기회가 날아간다. 재고의 여지 없이 아쉬움이 남는 가정이지만, KFA 입장에서는 월드컵이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은 출전이 보장되는 대회가 아니다. 만에 하나 대표팀이 월드컵에 탈락할 경우 KFA의 브랜드 가치는 크게 하락하게 된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나쁜 계약 조건을 받아들일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나이키 같은 브랜드는 월드컵이라는 무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데 본선에 나갈 수 없다면 많은 돈을 투자해 KFA를 후원할 명분이 사라진다. 쉽게 말하면 KFA는 리스크가 큰 투자 대신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 받는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50억원 상승이 소폭? 일본과의 비교?물가 상승률에 따라 연간 계약액이 50억원밖에 늘어나지 않았다는 비판은 한국의 시장 규모와 동 떨어진 지적이다. 최근 대표팀 축구 인기가 증가해 지난 2018~2019년 A매치 7회 연속 매진이라는 역사가 탄생하긴 했지만, 한국의 축구시장은 여전히 소규모에 불과하다. 나이키가 대표팀을 후원해 얻는 직접적인 수익은 크지 않다. 옆나라 일본과의 비교는 사정을 전혀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일본은 지난 2014년 아디다스와 7년9개월간 250억엔(약 263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일본축구협회(JFA)는 아디다스와 나이키, 푸마 등 여러 업체와의 협상 끝에 재계약을 선택했는데 입찰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경우 유니폼이나 용품 판매 수익이 막대하다. J리그만 해도 연 매출이 1000억원을 돌파했고, JFA 1년 매출도 1700억원에 달한다.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이고 매출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용품사들에게 JFA와의 계약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자연스럽게 경쟁 체제가 형성되고 계약액은 상승한다. 반면 K리그 구단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KFA의 2020년 한 해 예산은 963억원에 불과하다. 한국과 일본 축구 시장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한국은 기대 매출이 적은데다 다른 업체와의 경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거액을 올리기 힘들다. KFA 관계자는 “다른 브랜드가 적극적으로 들어왔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런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성의 없다는 유니폼, 이번엔 신경썼다나이키를 향한 부정적 여론은 지난 2018년 새로운 유니폼을 발표한 후로 급격하게 형성됐다. 나이키가 후원하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성의가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나이키와 KFA가 협의한 끝에 새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상하의에 모두 거의 패턴을 넣지 않아 지나치게 심플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나이키가 한국만 홀대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나이키가 한국을 푸대접했다면 이제 와서 재계약을 맺을 이유는 없다. 단지 디자인이 대중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는 게 맞다. 대신 양측은 당시 의견을 수용해 올해 발표하는 새로운 유니폼은 전보다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다고 한다. KFA 관계자는 “이번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달라진 디자인을 예고했다.
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