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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상무 선수단 매니저 오세진 과장. 제공 | 상주 상무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정말 잊기 힘든 겨울이 지났으니 이제 좋은 시간이 곧 오겠죠.”

프로축구단에서 가장 바쁜 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대다수가 이 직종을 먼저 이야기한다. 바로 선수단과 24시간 함께하는 매니저(주무)다. 매니저는 선수들에게 가족과 같은 스태프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매니저를 찾는다. 그래서 매니저가 축구단의 3D 업종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상주 상무의 오세진(35) 과장은 2016시즌부터 5시즌째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달 22일부터 국방부 지침에 따라 외출, 외박, 휴가가 금지된 상주 선수들에게 오 과장이 한줄기 빛이다. 그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선수들은 내가 부대에 들어오기만 기다리는 것 같다. 피자, 치킨 같은 외부 음식을 부대 내에서는 접하기 힘들어서 가끔 간식 삼아 포장해간다. 그래서인지 외부와 단절된 뒤부터는 선수들의 간식 요청이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상주는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비 시즌동안 영향을 많은 받은 구단이다. 상주는 지난 1월 친선대회를 겸한 동계 전지훈련으로 중국 메이저우로 향했다. 출발 당시만해도 코로나19가 지엽적인 문제로 부각되던 시기라 조심스럽게 메이저우로 향했다. 하지만 상주가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코로나19가 발원지인 우한과 후베이성을 넘어 전 지역으로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결국 코로나19로 인해 친선대회가 취소됐고, 예정된 일정보다 일찍 귀국길에 올라야했다. 선수단 스케줄 관리는 매니저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오 과장은 중국에서 예상치 못한 일정 변경으로 인해 진땀을 흘려야했다. 그는 “갑작스럽게 귀국 일정을 당겨야하는 상황이었다. 항공권을 구하지 못해 힘들었는데 친선대회를 주최한 메이저우 구단 대표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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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상무 선수단 매니저 오세진 과장. 제공 | 상주 상무

상주가 머물렀던 메이저우는 중국 광둥성 동북부 지역에 위치해 있고,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에서 1000㎞정도 떨어진 지역이다. 하지만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상주 선수단은 귀국 직후 국군체육부대 내 별도의 공간에서 14일간 격리 생활에 들어갔다. 병사인 선수들은 물론 중국을 다녀온 코칭스태프와 지원스태프들도 모두 부대 내에서 격리생활을 했다. 오 과장은 “중국에 있는 동안 가족들의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선수단 전원이 건강하게 돌아와서 다행이다”라면서 “귀국 후 2주동안 24시간 붙어 있다보니 다들 더 정이 많이들고, 팀워크도 좋아졌다. 덕분에 난 아침 일찍 일어나 점호도 했다. 격리 생활을 하면서 실보다 득이 더 많았던 것 같다”고 싱긋 웃었다.

상주는 격리 해제 이후 부산 기장으로 3차 전지훈련을 떠났다. 당시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서서히 늘어날 때라 외부 생활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 부산 지역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곧바로 부대로 복귀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다행히 전훈기간 동안은 부산에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부대 복귀 직후 군부대 내 확진자가 속속 확인되면서 당분간 바깥 생활이 힘들어졌다. 오 과장은 “다들 체육 부대 안을 코로나 청정지역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훈련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다. 개막이 언제 될지 모르지만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겨우내 힘든 시간을 보낸 오 과장에게 2020년 K리그는 잊지 못할 시즌이 될 것 같다. 3월에 접어 들었지만 개막전을 치르지 못한 2020년 봄은 그에게도 낯설다. 오 과장은 “매니저 생활을 하면서 이번 겨울이 가장 힘들었다. 정말 잊고 싶은 시간이다”라면서 “그래도 개막이 기다려진다. 빨리 뚜껑을 열어봤으면 좋겠다. 우리 팀이 어느 정도 위치인지 보고 싶다”고 전했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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