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윤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걸그룹 포미닛 출신 허가윤이 배우로서 새롭게 출발한다.

지난 2009년 포미닛의 메인보컬로 데뷔한 허가윤은 ‘핫이슈’, ‘이름이 뭐예요’ 등 많은 히트곡으로 국내와 해외에서 인기를 얻었다. 2016년 해체 후 배우로 변신한 허가윤은 MBC ‘빛과 그림자’, tvN ‘식샤를 합시다2’, 영화 ‘마약왕’(우민호 감독) 등에 출연했다. 영화 ‘서치 아웃’(곽정 감독)으로 첫 주연을 맡은 허가윤은 개봉을 앞두고 “제게 많은 배움을 준 영화라 기대가 된다”고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극중 사건 해결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하는 해커 누리 역을 맡은 허가윤은 “누리는 강하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친구다. 어른들은 요즘 청년들이 할 말을 다 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들도 여린 마음이나 상처가 있을 것이라 누리를 통해 생각했다. 상처가 있기에 좀 더 강한 척을 하는 것 같았다. 저도 가수 활동할 때는 똑부러지게 말하지 않으면 흐지부지 되거나, 피해가 될 수 있으니 강하게 했던 경험이 있다”고 공감대를 말했다.

해커 역할을 위해 노력도 거듭했다. 그는 “누리는 컴퓨터를 잘 다루는데 저는 컴맹이다”면서 “타자 치는 연습도 많이 했다. 의상이나 헤어 스타일의 디테일도 신경을 썼다. 해커가 출연하는 작품은 거의 다 본 것 같다. 청년이기에 너무 전문가 같은 모습보다는 리얼한 모습을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SNS 범죄를 소재로 한 만큼 영화의 내용이 최근 한국 사회를 흔든 ‘n번방’ 사건과 유사하고, 누리의 역할도 ‘n번방’의 실체를 알린 ‘추적단 불꽃’이 생각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허가윤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진짜 이럴 수도 있겠구나’ 상상만 했는데 실제와 연관돼 놀랐다. 당시에 저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시고 조심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가윤

그룹 내 메인보컬이었기에 허가윤의 배우 도전은 ‘의외’라는 평가도 있었다. “처음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다”는 허가윤은 “전공도 연극영화과였다. 그런데 메인보컬이다 보니 행사나 무대에서 다른 활동 때문에 빠질 수 없었다. 항상 회사에서 ‘연기는 언제든 할 수 있다. 지금은 보컬로의 능력을 보여줘라’고 달랬다. 그런 갈증이 쌓였고, 팀 활동이 끝난 뒤 배우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허가윤에게 있어 ‘포미닛’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멤버들과의 다정한 사진을 SNS에 게재하며 여전한 우정을 자랑하고 있다. 허가윤은 “멤버들과 ‘우리 그 때 멋있었다’고 만날 때마다 예전 얘기를 한다. 활동 당시에는 잘 되는 줄 몰랐다. 항상 아쉽다고 생각했다. 그만두고 나니 우리가 잘됐었다고 느꼈다. 포미닛 노래를 좋아했다는 분들이 많더라. 만족할 만한 팀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이 잘 됐던 만큼, 포미닛 허가윤을 넘어 배우 허가윤이 될 수 있도록 보여드리는 것이 숙제 같다”고 말했다.

포미닛의 각별한 의미도 잊지 않았다. “포미닛은 잊지 못할 기억이다. 7년 동안 너무 많은 경험을 하고 배웠다. 제가 포미닛을 안했다면 어떻게 여러 나라에 가서 공연을 했을까. 포미닛의 시간과 추억이 모두 감사하다. 포미닛 때로 돌아간다면 다시 살아볼 의향도 있다. 힘든 것도 행복하고 재밌었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배우로 변신했을 때 보다 냉정한 잣대도 있다.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말한 허가윤은 “포미닛 시절을 생각해 항상 밝고 활기찰 것이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오디션에 가면 그런 척을 했는데, 요즘 생각이 바뀌었다. 나를 보여드리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포미닛 노래를 좋아한다는 신인 친구들의 이야기에 고마웠다. 저도 려원 선배님이나 서현진 선배님처럼 (가수 출신 배우로)본 받을 수 있는 선배가 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허가윤

허가윤에게 있어 ‘마약왕’은 그런 의미에서 의외였던 작품이었다. 짧은 분량 출연했지만, 많은 이들이 “허가윤이었다고?”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시작부터 의외였다.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감독님께서 포미닛 멤버였다는 것을 모르고 ‘신선하다’고 연락을 주셨다. 나중에는 진짜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하셨는데 오히려 그게 좋았다. 가수 시절에는 못 알아봐주시면 민망했는데, 신선하다는 그 말이 좋더라. ‘마약왕’을 통해 대단한 선배님들 사이에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송강호 선배님께서 연기를 봐주시고, 조언도 해주셨다. 많이 배우고 신기했다. 한, 두 장면만 나왔지만 얻어간 것이 많은 작품이었다. 제 촬영이 아니어도 나가보고 그랬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새 소속사와 함께하고, 주연을 맡은 영화도 개봉하며 ‘터닝포인트’가 되고 있다. 허가윤은 “최근 쉬는 시간을 가졌는데 생활이 많이 달라졌다. 7년 동안 포미닛으로 활동하며 여유라는 것을 못 느껴봤다. 그래서 조금 공허함과 외로움도 오고, 조급함과 불안함도 생겼다. 그런 것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회사도 새롭게 옮기며 마음의 정리가 됐다. 30대의 시작인데 ‘잘하자!’고 말한다. 가수도 6년의 연습생을 거쳐 데뷔했는데, 배우를 한지 2, 3년 밖에 되지 않아서 쿨하게 생각하며 새 마음을 갖고 있다”고 눈을 반짝였다.

마지막으로 “의외인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 허가윤은 “최근 계속 영화만 하게 됐는데, 드라마에서도 연기를 보여드리는 것이 저만의 목표다.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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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디엔와이, ㈜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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