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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가 광고촬영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03.07.23.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박준범기자] 홍명보(51) 대한축구협회 전무는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의 대명사였다. 그는 현역 시절 무표정으로 유명했다. 감정 변화 없는 그의 표정은 숱한 패러디를 낳았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대표팀 ‘캡틴’으로 카리스마가 넘쳤던 홍 전무가 스페인전에서 4강 진출을 확정하는 페널티킥을 성공시키고 함박웃음을 지은 장면, 2012 런던올림픽에서 3,4위 결정전에서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확정한 뒤 환한 미소로 선수들과 포옹하는 모습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다. 때문에 ‘10년에 한 번 웃는 홍명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홍 전무는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영원한 리베로’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대표팀의 최후방 수비를 책임지며 그는 A매치 136회로 한국 선수 중 최다 출전을 자랑하고 월드컵에도 4회 연속 출전(1990년, 1994년, 1998년, 2002년)을 했다. 감독으로도 승승장구했다. 20세 이하(U-20), U-23 등 연령별 대표팀을 거쳤고,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거머쥐는 영광을 이루며 포효했다. 하지만 성인대표팀을 이끌고는 이전과 비교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 홍 전무는 2017년부터 축구협회 전무이사로 축구행정가의 삶을 이어오고 있다.

해당 사진은 2003년으로 한 백화점 광고 촬영 현장에서 포착된 홍 전무의 모습이다. 당시는 대표팀 은퇴를 하고 난 후 미국 무대 LA갤럭시에 몸담고 있을 시절이다. 촬영을 위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홍 전무는 왼손 검지를 얼굴에 대는 귀여운 포즈를 취하면서도 무덤덤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카리스마 있고 어떤 상황에도 의연했던 그라운드에서의 모습과는 대조된다. 흐트러짐 없이 곧게 누운 자세는 보는 이들을 하여금 웃음 짓게 만든다. 선수시절 때부터 항상 흔들림 없었던 홍 전무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던 사진이었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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