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하
1999년 당시 박건하 감독의 옷깃 세리머니.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수원 삼성은 분명 위기에 빠져 있다. 레전드가 흔들리는 팀을 구내해면 성과의 의미는 더 커진다. 팀은 더 강해지고, 박건하 신임감독의 리더십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박 감독은 수원의 레전드다. 1993년 경희대를 졸업한 박 감독은 프로에 직행하지 않고 실업팀인 이랜드 푸마 유니폼을 입으며 성인 무대에 첫 발을 내딛었다. 2년을 이랜드에서 뛰다 1996년 창단 멤버로 합류하며 수원과 인연을 맺었다. 그 후 행보는 전설 그 자체다. 박 감독은 프로 1년 차에 신인상을 받았고, 2006년 은퇴할 때까지 10년을 수원에서 뛰며 K리그 3회 우승을 차지했EK. 그 외 FA컵, 컵대회, 아시아대회를 휩쓸었다. 2000년 잠시 일본으로 임대를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박 감독은 늘 수원과 함께였다. 그렇게 수원 유니폼을 입고 공식전 292경기에 출전해 44골 기록을 남겼다. 말년에는 수비수로 변신해 새로운 도전을 하기도 했다. 은퇴 후에도 박 감독은 수원과의 끈을 놓지 않았다. 2007년 수원 코치로 변신했고, 18세 이하 유스팀, 2군 코치까지 맡다 2011년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코치로 떠났다.

현역 시절 박 감독은 득점 후 옷깃을 세우는 세리머니로 유명했다. K리그에서 몇 안 되는 자신만의 트레이드마크를 보유한 선수였다. 잘생긴 외모에 훤칠한 키가 옷깃 세리머니를 더 세련되게 만들었다. 수원 서포터들은 ‘박건하, 옷깃을 세워라’라는 걸개를 걸어 박 감독의 골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옷깃 세리머니는 수원 팬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퍼포먼스였다. 박 감독이 은퇴한 후에도 다른 선수들이 세리머니를 종종 따라하며 추억하기도 했다. 단순한 세리머니가 아니라 큰 상징성과 전통이 있는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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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하 수원 신임 감독.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2005 삼성하우젠 K리그 FC서울-수원삼성
2005년 슈퍼매치에서 박건하 감독이 FC서울 정조국을 막아내고 있다.스포츠서울 DB

10년 만에 수원으로 돌아온 박 감독은 라이벌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데뷔전을 치른다. 부담이 큰 한 판이다. 현재 수원은 강등 위협을 받고 있다. 11위에 머물며 2부리그로 떨어질 걱정을 하는 신세다. 박 감독 입장에선 가장 어려운 첫 경기를 치러야 하는 셈이다. 단 한 경기 만에 팀을 마법처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서울을 잡으면 수원은 분위기를 바꿔 상승세를 탈 수 있다. 새 감독 체제에서 첫 승을 거두면 공기가 달라지고 팀 전체의 힘이 생기는 법이다. 반등은 절실하다. 구겨질 대로 구겨진 자존심을 펴기 위해서는 서울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 게다가 수원은 최근 슈퍼매치에서 8무9패로 승리가 없다.

박 감독은 현역 시절 서울을 상대로 6골을 넣은 기억이 있다. 말년에는 박주영, 정조국 등 걸출한 스트라이커들을 막아낸 수비수이기도 했다. 좋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박 감독이 서울전에서 수원 사령탑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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